Page 33 - 전시가이드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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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緣(인연)Ⅲ, 2021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162.2×162.2cm
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감상되는 과정은 이와 같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작가
장소영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의 하나로 ‘몸의 경험’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 드리핑의 기법으로 시도한 오방색의 교합이 불교의 인연(因緣)과 연기(緣
몸의 경험이란 신체의 부분이자 다섯 감각기관의 하나인 눈을 통한 시각 경 起)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될 때 작가와 관객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
험이다. 신체로서 눈이 시각 작용을 하며 색을 경험하는 것이다. 몸이 색에 반 지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응하면 신체에 울림이나 떨림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은 안구가 색의 화가 장소영의 작품에서 눈여겨 볼 또 하나는 재료를 다루는 화가의 행위다.
파동을 받아들여 시각뇌를 진동시키는 현상이다. 이를 지각(知覺) 작용이라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물감에는 아크릴 외에도 석채(石彩)가 있다. 석채는 캔
부른다. 몸의 지각 작용은 오묘하고도 신비한 것이어서 색의 파동을 받아드린 버스의 밑칠용으로 사용되는데 돌가루 입자의 굵기에 따라 화면에 다양한 표
시각뇌는 몸을 진동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평가하며 정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대지(大地)나 마당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이렇게
가치를 매기게 된다. 이른바 인식(認識) 작용의 단계로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조성된 캔버스라는 공간에 화가는 물감을 흩뿌리는 것이다. 화가의 몸짓은 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작품에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심지어는 종교적 폭에 선을 남기고 그 위에 또 다른 선이 겹쳐지며 유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이념이나 철학 사상을 대입시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기도 한다. 장소영 낸다. 물감의 농도에 따라 뿌려진 물감들 사이에 혼합이 이루어지며 건조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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