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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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강승탁 '무지개 늑대' 캔버스에 아크릴릭_73x53cm_2021 라일라 카심 '시부야 폰트' 동경 전시 설치컷_2024
모두미술공간 개관전 음의 답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를 통한 서사적 작업으로 풀어내 온 미술
《감각한 차이 작가이다. 동시에 27년 동안 아트랩 ‘우리들의 눈’ 디렉터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시각예술을 가르쳐 온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애’에 대한 관점부터 남
다르다. 그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장애’와 ‘장애예술’을 ‘감각’과 ‘감수성’이
Sensing Difference》 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대입하여 제안하였다. 장애라는 단어를 감각의 결핍이
아닌, 감수성이라는 예민함을 통해 발현되는 창의성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다. 비장애인의 당연한 감각의 사용을 불가피하게 대체된 감각으로 재배치하
는 장애인들의 능력은 부족함이 아닌 예민함으로 시각화되며 다양한 표현으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로 드러난다. 비일반적인 신체언어를 구사하는 과정에서 수집되는 경험의 조
각들을 비일상적 채널로 배출해 내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일상이자 우리에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음 장문원)은 국내 최초로 장애예술인과 장애인 관 특별함일지도 모르겠다. 개관전에서는 장애와 비장애, 신진과 경력 등을 구분
람객, 그리고 모든 관람객들을 위해 직접 운영하는 시각예술 전문공간인 짓지 않고 각자가 경험한 감각의 차이를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 5팀(6인)으로
<모두미술공간>을 개관한다. 기념 전시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감각한 차이 구성, 이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Sensing Difference》 특별전은 장애를 결핍이 아닌 감수성이라는 예민함을
통해 발현되는 창의성으로 바라보는 전시이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별관 5 전시는 두 개의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제1전시실은 하나의 감각이 변환되며
층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공들여 준비한 <모두미술공간>은 장애예 다른 관점으로 표현되는 ‘감각의 차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엄정
술과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신진 장애예술가 발굴을 목표로 조성 순 감독이 직접 디렉팅한 <감각의 벽> 작품에서 시작된다. 거대한 물리적 경
된 전시공간으로 해외에서도 그 사례를 자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험을 선사할 270권의 점자책이 바람에 흔들리는 상태로 구현될 이 작품은 다
큰 의의가 있다. 감각으로 접근하는 미디어 인터렉티브 작품이다. 입력을 기다리는 화면에는
질문이 표시되며 관객의 답변은 점자로 변환되어 점자책 위에 투사된다. 물리
엄정순 감독, 보는 것 너머의 우화적 교훈 담기 적 언어 위에 디지털 언어라는 레이어가 중첩되는 것이다. 이 점자는 0과 1로
이번 개관전 《감각한 차이》의 엄정순 예술감독은 ‘보는 것’에 대한 근원적 물 구현되는 디지털 시스템의 원리에 맞춰 AI의 도움과 사운드 전문가의 조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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