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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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Jean-Marc Bustamante, Panorama Entre Nous, 100 x 100cm, mixed  media, 2005 ©ADAGP
                                                        (우)임은자, Energy-To the nature, 227.3 x 181.8cm, acrylic on canvas, 2024 ©ADAGP










            두고, 1980년대부터 조각과 회화, 사진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이를 점진적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태생적으로 ‘그림 그리는 심리술사’가 아닐지.
            으로 발전시켜왔다. 게다가 건축물과 풍경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가 재료와
            의 실험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78년 제작된 그의 첫 번째 『사진 회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임은자 작
            화』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집과 건물의 다양한 모습을 대규모 크기로 제작하      가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감성으로 작업하는데, 그녀의 작업 공간은 에너지
            고 채색한 것이다. 특정한 캐릭터가 배제된 이 이미지들은 ‘느리게 움직이는       가 넘쳐나는 작가중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특히, 계획을 하지 않은 본능적이
            지구 외에도 비문명화를 고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는       고 무의식의 영역에서 작업하는 그녀의 그림들은 마치 싱싱한 해초처럼 숨가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Interiors, 실내 장식》 연작에서, 조각 작품  쁘고 날카롭게 번득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음양이 어우러진 색채의 구
            은 추상적인 오브제와 벽 부조, 조각으로 구성된 그의 《Landscapes, 풍경》 시  성 요소들이 ‘풍경화’처럼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자신의 기분과 감정에 따
            리즈와 함께 ‘신체에 관한 절단된 오브제의 회상’으로 구체화시켰다. 특히, 그     라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그림으로 표출하는 그녀의 작품 스타일은, 어쩌면
            의 《Lumières(1987-93)시리즈》는 1930년대와 60년대 건축 평론에 실린 흑  별도의 밑그림 없이 그때그때 생각이 날 때마다 바로 작업을 하면 훨씬 ‘감정
            백 이미지를 재 촬영하여 투명한 플렉시 유리에 실크스크린으로 외관을 변형        이입’에 좋을 듯하다. 혹시라도 밑그림을 그리고 다시 옮기게 되면 본래의 느
            시킨 것이다. 이 기술은 그의 잘 알려진 작품 <Panoramas>(2002– )에도 사용  낌이 줄어들면서 감정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증폭과 전달에
            되었다. 이 작품은 플렉시 유리에 잉크로 확대한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점을 두는 임은자 작가의 작품 바탕은 ‘감성 교감’이 주를 이루는데, 그녀가
            에 출품한『이교도 예배당』에서 처음으로 그의 사진에 인물이 등장했으며, 여       생각하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의 핵심은 ‘사랑’ 이라는 원천에서
            기에 사진 초상화와 회화, 플렉시 유리에 그려진 추상 드로잉 등이 혼합된다.      비롯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임은자 작가 특유의 필선은 남들보다 더 뛰어
            그러다가 마침내 2005년에 그의 대표작 『Panorama Entre Nous, 우리들 사  나길 암암리에 강요당하면서 수많은 잣대들로 우리를 여러 종류로 분류해 놓
            이의 파노라마』를 발표한다. 이토록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드디어 본질적인       고 있는 현대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혹자는 정신문명시대의 중심은 사람
            ‘회화’에 근접하기 시작한 장-마크 뷔스트망트의 일련의 작품 스타일을 추적       이고 그 핵심은 인성이라고 한다. 인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먼저 감성이 회
            해보던 중, 필자는 장-마크 뷔스트망트의 시선과 임은자 작가의 신념에 의해       복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감성’은 감정을 정화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임은
            탄생된 작품들이 <문학적인 심리묘사>와 절묘하게 맞닿은 접점을 발견했다.        자 작가는, 감정이 감성으로 정화되면 나도 유익하고 남도 유익하게 할 수 있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소설) 속에서 묘사된 ‘풍경’은 언제나 심리적인 것일     는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확신하는 작가이다. 아무쪼록, 임은자 작가 특유의 ‘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시선에 포착된 풍경은 그 시선에 의해 새로이 부각되거      에너지 스토리’가 원숙하게 숙성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우선 그녀 자신이
            나 부식되거나 하기 때문이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 바다 앞에 선 이가 고요   〔ADAGP 글로벌 저작권자〕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지구촌 인류 모두
            하고 잔잔한 바다를 가리켜 사납게 으르렁거린다 해도, 이와 반대로 폭풍우가       에게 필요한 사랑이라는 에너지를 제대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반영된
            치는 날 바다 앞에 선 이가 숨 막힐 듯 고요하다 말한다 해도 기꺼이 동감할 수    ‘암호 코드’를 어느 누구나 용이하게 해독하는 ‘구조적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
            있는 이유는 그가 보는 바다가 자신의 심리적인 내면이 그려낸 풍경임을 인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새로운 정신’을 장착한 그녀의 작품이, 보는 이로 하
            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풍경은 내면의 연장이며 형상을 부여된 내면이기 때문       여금 좋은 에너지가 전파되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종의 ‘힐링 치료
            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주목한 임은자 작가는, 아마도 자신이 직접 창조한 분     제’가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신들을 대할 적마다 자신의 내면에서 웅크리고 있던 무언가를 고스란히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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