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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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빗줄기, 이슬, 눈 등 날씨 현상)을 매 순간을 살아내는 자
                                                                   연으로 전개했다. 청묵색으로 표현한 하늘은 대자연의 의미를 함
                                                                   축하고 청아한 공기감을 목격하게 하는 구름의 결로 다가오게 한
                                                                   다. 은실 바느질로 시각적 독창성을 확고히 한 새벽녘 거미줄에
                                                                   머금은 영롱한 이슬방울은 작가가 의도하는 복합재료의 표현방
                                                                   식을 극명히 해석하여 준다. 수묵화의 주재료인 물과 먹의 베이
                                                                   스(base)위에 오버랩되는 반짝이는 바느질 표현의 레이어에 이
                                                                   슬 맺힌 거미줄의 모습을 시각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시각적 조형
                                                                   의 독창적 방식을 제시한다.

                                                                   “전통에 국한되지 않는 재료 연구 및 실험적 태도로 평면 회화
                                                                   인 수묵화 위에 바느질을 중첩하는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화면
                                                                   을 구축한 본인의 작업은, 빛, 자연 이미지, 선(결), 여백을 통한
                                                                   경험 속 잔상들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여백의 표현은 늘 마음속
                                                                   에 빛을 간직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도 우리 안에 반짝이는 힘
                                                                   이 있음을 잊지 말자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이처럼 단적
                                                                   인 대상의 모방이 아닌 일상적 경험을 넘어 영감의 잔상들을 구
                                                                   현해 냄과 동시에 새로운 문화, 정신적 추이와 현대적 감각의 조
                                                                   화가 특징이다.”
                                                                                         -2024 장영은 작업노트중-

                                                                   한국화가 장영은은 창작활동에 있어서 빛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
                                                                   해 자연과 생명의 순환이  [Light, Breath, Trace : 빛, 숨, 결]을
                                                                   이루는 이상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 영원불변한 실재(實在)가 존
                                                                   재함을 시(詩)로 형상화한다. 작가가 의도하는 시의 형상화는 문
                                Anthology 삶의 조각 33-1_2023_광목에 채색 바느질_188x107cm  자 자체의 단순성을 넘어서서 시를 읽을 때 느껴지는 텍스트의
                                                                   심미감을 키우듯이 우리 고유의 한국화가 가지는 수묵 회화의 평
                                                                   면적, 재료적 한계를 깨기 위한 조형적 표현연구의 과정이다. 각
            재들에서 저마다의 ‘결’을 수면 위로 떠올린 조각의 모음집으로 작가는 그 의      기 형상된 조형의 언어는 작가가 의도하는 변주의 과정을 통해 다시 모아지고
            미를 부여한다. 조형적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2차원 평면 위에 묵을 통한 빛      한편의 ‘Anthology’로 감상자들의 심성을 자극하여 준다. 작가가 표현하는 ‘빛
            (Light)의 공간 속 부피감과 은실의 바느질에서 잉태되는 작은 떨림까지 표출    과 숨’은 일상적 존재이자 대상으로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생명의 행위이며
            되는 숨결(Breath)의 메시지들은 생명력 있는 삶의 언어이고 외침이며 작업     ‘결’은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때로는 각각의 개체로서 저마다 고유한 삶의
            행위의 흔적물(Trace)이 된다. 작가는 삶의 순간들을 역동적인 순간의 미학으    흔적으로 나타나는 조형적 언어로 거듭나는 창의적 사고의 발로이다. 한국화
            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도전하고자 강력한 생명의 에너지를 역설(力說)하는 작       표현의 제3지대를 열어가는 장영은 작가의 창의적 연구활동이 가장 한국적이
            업으로 계절의 흐름에 의한 피상적 변화가 아닌 자연 속 낱낱의 개체들을 긴       며 세계적인 창작의 세계로 인정받게 되길 기대해 본다.
            시간 관조하는 과정부터 작업의 과정으로 삼아 심미감을 이루기 시작했다. 자
            연의 순환을 이루며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생의 생명력을 가슴에 담아 떨어
                                                            참고문헌
            진 낙엽과 수피 樹皮, 상처와 구멍이 난 잎,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와, 겨울
                                                            장영은개인전 작업노트. 2024년.
            눈 등의 소재들이 주를 이뤘었다. 이후 일상 및 여행지에서 직접 마주한 삶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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