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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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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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아쉬운 것은 남편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무젓은 끝내 배워 보지도 란 결심으로 집어 오면 냉동실에 처박힌 채 밥상 위에 오를 날만을 기다리
못했다는 것이다. 꽃게는 탕이나 찜으로만 먹어 봤지 날 것으로 희스무레하게 게 하고 만다.
무쳐내는 꽃게라니…. 다가서기 힘든 먹을거리였다. 뒤늦게 시가 부엌일을 도
맡아 하시던 아주머니께 여쭈어 보았지만 막상 먹어 보질 않았으니 흉내도 낼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두 아들의 식습관도 생선과는 다소 거리를 둔 채 형
수 없다. 꿩 대신 닭이라고 빨간 양념게장을 대령하면 먹으면서도 성에 안 차 성된 모양이다. 생선 비린내가 싫단다. 아무래도 맛보고 듣는 모든 것이 주방
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하늘에 계신 어머님을 소환할 수도, 노쇠해지신 아 장인 엄마로부터 비롯되다 보니 그렇겠거니 싶어 식습관의 거울이 무섭다
주머니께 부탁할 수도 없지 않은가. 는 걸 느낀다. 사실 알고 보면 나의 부모님께서도 생선을 그리 즐겨하시지 않
는다. 드러내놓고 가르치지 않았을 뿐 암암리에 받아들이는 교육인 셈이다.
남편 덕에 가까스로 바다 것이든 뭍 것이든 어종을 가리지 않고 요리를 해내
나 싶었는데 다시 멀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어릴 적 입맛으로 회귀하는지 생선 사실 생선요리만을 편식하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의 버릇으로 자연스레
비린내를 꺼리게 된다. 어쩌면 시계 바늘이 한 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듯 식품 기호도를 따지고 구별하듯, 삶의 많은 부분들이 으레 그래왔기에 익숙한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오늘처럼 남의 손을 빌린 노릇노 방향을 선호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치면 좋을 텐데 특정한 정당, 지역, 사
릇한 생선구이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며 맛나게 먹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고, 색채 등, 이래저래 일상 속 다양한 분야에서도 특정한 선을 자꾸만 그어 가
려 한다는 점을 인식할 때가 있다. 특성과 이점을 살펴보기 전에 이 부분이 싫
이렇듯 생선 요리에 적극적이지 않으니 장을 보면서도 생선 코너에서 한참 어, 저래서 싫어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어 대며 말이다.
을 기웃대며 살까 말까, 집었다 놓았다 머릿속으로 셈을 한다. 어쩌다 커다
새로운 것도 받아들여 개발의 기회로 삼아야 하거늘 꺼리고 피하고 싶어 한
다. 대단한 업적도 결과를 바라는 일이 아닌 사소한 것인데도 그러하다. 어떠
한 것이든 익숙해지면 좋아하며 즐길 터인데 이토록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한맥문학 등단 /•전남일보 연재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나 자신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주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니 문제가 된다. 이
•광주매일신문<무등산문학백일장> 제라도 깨우쳤으니 생선을 대하는 자세부터 경계하며 바꾸도록 노력해야겠
23년 산문 우수상 수상
•광주매일신문 < 무등산문학백일장> 다. 꽁꽁 언 동태처럼 당연함과 익숙함의 굳은살로 가득한 시간을 뒤집어 보는
24년 종합대상 수상 즐거움을 가져 보련다, 여유로운 시선으로 다양한 관점의 사유를 펼쳐보리라.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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