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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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장지훈 작가

        그곳에 뜻이 있고 글씨가 있고 이미지가 있다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樂, 미문지에 먹, 37×34cm, 2023




        장지훈 작가의 ‘락’(樂)은 공자(孔子/중국/551-479 B.C.)의 논어(論語) 옹야(雍  (樂)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지만 그만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
        也) 편에 ‘알기만 하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한다. 그렇다면 즐기는 단계로 가기 위해서 어디에서 어떻게 출발하고 무엇을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지호락’(知好樂)에 근거한     갖춰야 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다. 이는 심리치료사 메르클레(Rolf Merkle/독일/1952-2019)가 말한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와 맥락     실상 어디에서 어떻게 출발하는가는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출발점과 그
        을 같이 한다. 또한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미국/1908~1970)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즐기는 단계로 가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
        의 욕구 이론에 기초하여 정서적 디자인(design for emotion)을 제시한 디  게 갖춰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해 본다면 ‘자아실현’ 혹은 ‘자기초월’의 차
        자이너 월터(Aarron Walter/미국)의 ‘사용자 욕구’ 위계 최상위층에는 ‘즐거  원에서 ‘몰입’하고 ‘헌신’하며 ‘비움’의 자세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답할
        움’(pleasure)이 존재한다. 이들을 종합해 볼 때 ‘즐거움’, ‘즐기는 것’, 즉, ‘락’  수 있겠다. 이런 의미에서 이는 빈 공간에서 나오는 즐거움, 즉, 장자(莊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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