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P. 38

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흥천사 대웅보전 전경




        문살 단청, 꽃살문                                      으며, 살대라는 말을 함께 붙여서 세살분합(細箭分閤) 또는 세살청판분합(細
                                                        箭廳板分閤)이라고도 하였다. 이밖에 세로살과 가로살 모두를 서로 꽉 채운
                                                        만살분합(滿箭分閤)과 만살청판분합(滿箭廳板分閤)도 많이 쓰였는데 만살은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속칭 정자살이라고도 한다.
                                                        분합은 세살과 만살이 가장 많이 쓰였지만 장지문에는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아자살(亞字箭)이나 만자살(卍字箭), 숫대살 등의 장식적인 창호를 사용하였
        문살(muntin)이란 문짝에 종이를 바르거나 유리를 끼우는 데에 뼈대가 되      다. 쌍창의 경우 안쪽에 다는 미닫이 영창은 소박하게 용자살(用字箭)로 하는
        는 나무오리나 대오리를 말하는데 창이나 문을 구성하는 가로나 세로 또는 바       경우가 많았으며, 영창 안쪽의 흑창은 창호지를 여러 겹 두껍게 바르거나 아
        둑판 형태의 살을 지칭한다.                                 예 벽지를 발라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여 살대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門(문)이란 안과 밖, 이쪽과 저쪽을 왕래하는 연결구로서 한자로는 지게문 두      창호를 도듬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광창 등에 쓰인 빗살은 살대를 45°와 135°
        짝이 서로 대칭으로 붙은 양호형상(兩戶形象)을 상징하는 상형문자이다. 예        로 비스듬히 교차시켜 짠 문으로 격자살을 옆으로 기울인 모습과 유사하다.
        로부터 지게문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싸리나무 등을 엮어 만들었기       여기에 각종 꽃문양을 조각하여 장식성을 높인 것이 빗꽃살문이고, 빗꽃살문
        때문에 사립문이라고도 불렀는데 담장에 외기둥 문설주를 세우고 엮어 달았         에 수직 살대인 장살을 덧댄 것은 솟을빗꽃살문이라 한다.
        기 때문에 똑바로 서질 못하고 비스듬히 서있어 지게 작대기를 받쳐 놓다 보       빗꽃살문은 장살이 없기 때문에 화려함보다는 수수한 멋과 편안한 느낌을 품
        니 지게문이라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고 있어 한국적 미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궁궐이나 사찰에는 빗꽃살문보
                                                        다 화려한 솟을빗꽃살문이 많은 편이며, 이들 꽃살문은 꽃과 잎, 또는 추상 문
        문과 창은 오랜 옛날 사람이 주거를 위해 짓기 시작했던 움집에서부터 지금의       양을 새긴 살대를 짜맞추어 전체적으로 사방 연속으로 이루어진 테셀레이션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출입과 채광, 환기 등을 목적으로 설치하였다.            을 이루고 있다.
        고려 시대 이전에는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에서와 같이 문과 창이 형태상 구별
        되었던 것 같다. 이에 반해 조선 시대에 지어진 건물에서는 문과 창의 용도가      이러한 나무로 만들어진 꽃살문은 비바람과 햇빛에 취약하여 내구성을 높이
        애매모호하게 혼용되는 이문대창현상(以門代窓現象)이 강해졌다. 또한 문과         기 위하여 단청을 하였는데, 궁궐에는 유교적 영향인지 사찰의 꽃살문과 같
        창을 좀 더 가볍게 만들고 아름답게 꾸미기 시작하면서 울거미 속에 얇은 살       이 화려하게 단청을 한 문살은 거의 쓰이질 않았으며 대체로 문살에 뇌록으
        대를 짜 만든 창호, 이른바 살창(箭窓)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목공 연장이 발    로 가칠단청을 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궁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전각
        달하질 못했던 옛날에는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는 살창을 만들지 못했지만, 연       인 정전에만 제한적으로 솟을빗살에 왕을 상징하는 황색으로 가칠단청을 하
        장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살창이 쓰이게 되었다.                  여 위계를 높였을 뿐인데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의 꽃살문이 대표적이다.
        문살은 살의 모양에 따라 날살, 띠살, 격자살, 빗살, 꽃살 등으로 나뉘며 각각
        이 독특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날살은 고정된 문에 창호지를         반면 사찰의 꽃살문에는 장식적인 꽃문양에 단청 채색을 화려하면서 호화스
        바르지 않고 세로로 살대만 댄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서 조선 시대에도 연기        러울 정도로 하였다. 불전(佛殿)을 아름답게 장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나 냄새를 빼기 위한 환기를 목적으로 부엌이나 창고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꽃문양을 정교하게 조각하고 화려하게 단청을 하여서 예술적 가치도 상당히
        조선 시대에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세살이라고도 하는 띠살이다. 문울거미        높다. 이러한 꽃살은 인도에서도 불교나 힌두교의 사원에서 많이 쓰였는데,
        안에 세로살은 꽉 채우고 가로살은 위아래와 중간에 3~4개 정도를 붙인 형태      종교적으로 충만함을 의미하기에 꽃봉오리에서 꽃이 활짝 피는 순간까지를
        로서 세살창 밑에 청판을 붙여 문으로 사용하면 세살문(細箭門)이라고 하였        상징적으로 불성의 깨우침에 이르는 단계로서 표현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다. 세살창호는 대개 외벽 창호로 많이 쓰였기 때문에 분합(分閤)이라고 하였


        36
        36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