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전시가이드 2024년 12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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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여름비2, 45.5×53㎝, 장지, 먹, 혼합채색, 2023


            주의 문학이 욕구와 본성의 존재를 자연 속에 던져진 것으로 역설하는 상황        작가는 후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며, 담론의 탑재에 의해 개념적으로나 밀도
            들은 참조할 만하다. 우리는 화폭 자체가 또 하나의 자연이 되어야 하는 시대      면에서나 작업이 더 원활해지는 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즉 ’생성하는 자연‘이도록 하는 미학적 과제이다. ‘저
            절로(自) 그렇게(然) 된’ 세계로서의 ’생성적 자연‘, 바로 이 모토 위에 작품을   그러고 보니 작가의 그림에서는 몽환적인 도상들이 오로라처럼 펼쳐지고 있
            추구하는 경향들이 목격되고 있다.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인위(人爲) 혹은 작       다. 지극히 유동적이면서도 밑도 끝도 없는 무한의 세계들이 역설적이게도 아
            위(作爲)로써 자연을 구현하는 최적의 장 아니던가.                    주 가까이서 마주하는 자연의 편린들로부터 비롯된다. 한 그루의 나무나 한
                                                            포기의 풀 앞에서도 작가의 사유와 상상은 꿈틀댄다. 우주의 저 먼 곳의 푸른
            한국화가 최인수의 작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작       은하와 성운(星雲)을 닮은 도상들은 반대로 주체의 내면세계, 혹은 마이크로
            가 그리기의 출발점은 보통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 풍경이며, 방법적으로도        와 같은 미시적 세계상과도 맞닿은 채 교환된다. 거기에는 존재와 무, 빛과 어
            사의적으로 재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재현이라는        둠, 실재와 가상, 찰나와 영원, 정과 동, 삶과 죽음, 처음과 끝 등의 혼재가 암시
            프레임이 분출하는 듯한 내면의 에너지를 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        되고, 그렇게 또 하나의 자연을 생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 그러다가 점차 대상과의 다각적 교감과 영감을 회화적으로 자유롭게 구현
            해나가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교감은 시간이 가면서 물       작가의 그림이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러한 도식으로
            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감각의 범주를 넘어서는, 혹은 초월적 경험으로까지 비       만 접근하려는 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작가의 초월적 태도는 그 어떤 경
            약하기에 이른다. 작가의 그림들이 추상성, 해체성, 초현실성, 우연성, 에너지     계가 없는 자유 그 자체다. 자연과 자유가 어떤 면에서는 배치될 수 있다. 자유
            로 충만한 세계를 이룬 데는 이상의 경로와 과정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 인간의 욕구가 섞여 있는 한, 자연은 자유의 장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양자가 충돌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초월주의적
            사실 어느 장르에서나 재현을 벗어나 새로움에 도전하는 것은 신대륙을 향한        태도 자체가 욕구나 이해 같은 것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감각
            기약 없는 항해와도 같은 것이다. 어느 사이 부지불식 간에 망망대해 한가운       의 포석과 전개는 여전히 심미의 비중을 지니고 있다. 독자가 작품 안에서 자
            데 놓이게 된 작가는 노장철학이라는 논거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그       유로운 상상력을 작동하여 과즙처럼 분비되는 서사를 음미하는 것은 여전히
            림은 기존의 개념이나 양식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독특한 양상의 세계로 생성        의미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그림이 어떤 전제 없이 우리의 상상적 경
            되고 있어, 보다 개념 정리가 수월해지고 작업의 밀도를 더해갈 수 있게 된 것     험, 심지어는 어떤 납량물 같은 짜릿한 경험들까지도 허용하고 있으니 말이
            이다. 작가들이 작업을 하는 데 있어 담론에서 영감을 받은 경우가 있으며, 반     다. 독해와 향유에 있어 어떠한 자율성이나 자유도 관람자의 몫이 아니던가.
            대로 작업을 하다가 도중에 나침반 같은 어떤 담론과 조우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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