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샘가 2025. 5-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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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수고가 죽음과 함께 사라집니다. 지혜자와 우매자 모두가 죽음 앞에
서 공평해진다는 사실을 전도자가 깨닫습니다. 이는 죽음을 뛰어넘는 가치 있는 일
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합니다.
깨달아 알았도다(12-15) 전도자는 지혜와 망령됨, 어리석음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지혜로운 삶을 산다는 왕 조차도 새로운 것을 하지 않고,
이미 행해진 일을 반복할 뿐입니다. 지혜가 어떤 차이를 둘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
니다. 그러나 전도자가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지혜가 있기 때문입니
다. 지혜자는 빛 가운데 걷는 자와 어둠 속을 걷는 자의 차이를 알지만, 어리석은 사
람은 이 조차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도자는 이러한 차이가 죽음 앞에서는 공평하다
는 것을 깨달았습니다(14). 모든 것이 죽음과 함께 사라집니다. 이런 점에서 지혜자
와 어리석은 자의 차이가 없습니다. “내게 지혜가 있었다 한들 내게 무슨 유익이 있
으리요” 지혜 있는 것이 헛된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같은 일을 겪
는다는 것이 그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해 아래에서 하는 일(16-17) 영원이 없다면, 지혜자와 우매자처럼 삶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후일에는 모두 다 잊어버린지 오랠 것임이라” 이러한 인생의
유한함과 공평함은 삶에 대한 미워함, 괴로움, 헛됨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전도
자의 평가처럼 “해 아래에서 하는 일이 내게 괴로움이요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
으려는 것”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면,
자신을 위해서 행한 모든 수고와 열심이 무의미하고, 지혜와 망령됨, 어리석음도 아
무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허무할 뿐입니다. 모든 이들이 공평하게 겪는 죽음으로
인해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허무함을 느낄수록 유한하게 누릴 수밖
에 없는 삶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가치는 새롭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드
는 죽음은 지금 주어진 삶에 대해 허무함과 함께 무한한 가치를 깨닫게 해줍니다.
당신은 영원의 관점에서 주어진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성호 이익선생 댁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습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 년에 겨우 서너 개 열
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습니다. 마당에 그늘도 많아지고 장마 때면 마당이 마를 날
이 없었습니다. 둘 다 밉게 여긴 성호 선생이 한 그루를 베어 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인이 말하였
습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기에 좋고 저건 말려서 곶감 해두면 식구들 먹기
에 넉넉하죠.” 참 맞는 말이었습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보았습니다. 밉
게 보면 못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부인의 말을 들은 성호 선생은 웃었습니다. ‘하하, 유단취장
(有短取長)이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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