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 2024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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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요철지와 비즈 등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전통에서 전위까지 주체할 수      여준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괴리를 묵인한 채 살아가는 인간을 자연 가까이
            없을 정도의 열정으로 스스로를 견제하고 채찍질한다. 이것이 송암의 창작아        에 세우려는 송암의 진술법이다. 이는 훼손된 인간본질에 대한 신선한 충격
            이콘이다. 이 아이콘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한국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으로 자연 속에서 삶과 생명을 관조하고 자연에 담긴 순수와 맑음을 읽어낼
            대해 스스로 자문한다. 그러면서 또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창조적 사고를 견지한다.
                                                            자연과 생명에 관한 원형적 포즈, 즉 송암은 원형적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
            피카소는 ‘상상이 사실보다 더 진실하다’고 했다.                     는 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인가에 대해서, 훼손된 원형적 생명을
            송암의 예술적 변용과 성취를 지켜보면 어떻게 저런 발상이 나왔는지, 어떻        어떻게 동화적인 상상과 희열, 꿈으로 이미지화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게 생각하는 법을 마련했는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관찰, 패턴인식, 추상, 형     그 결과로 ‘생+환희’ 시리즈가 탄생하기도 한다. 생명의 원형을 어떻게 하면
            상화, 몸으로 체험하기 등의 직관과 상상력으로 창조성을 발휘한다. 무엇을        현실적으로 실재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끝없는 실험은 한국화의 경계를
            생각하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직관이 통찰로 이어지면서, 자신의 창        지우고 세계와 현상의 이면에 담긴 원형심상의 운동성을 발견해내려는 통
            작 경험을 통해 생각하고 또 그 생각을 통해 새로운 조형어법을 견인해 낸다.      섭적 안목이다.
            늘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Ctrl C 와 Ctrl V) 출발점에 선다.
                                                            그림에는 작가의 메시지가 분명해야하지만 그 메시지는 조형언어를 통해 자
            예술인의 끊임없는 변용과 실험은 무죄다.                          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그의 오브제야말로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고 넓
            지금까지 수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해변의 갯냄새 나는 소재와 생명의 원형         은 우주적 통찰을 위한 조형언어로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자리한다.
            을 탐구하고 그려왔다. 설화, 해변, 생명의 신비, 다도해의 섬과 바다 등 형이    이러한 경향은 직선의 미학으로 표현한 ‘다도해풍경’과, 설화, 생명과 잉태와
            상학적인 선과 색의 변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 체험을 통해 자연과 생        환희 등 그의 비구상에서 분명해진다. 그동안 작업해온 구상화에서 비구상으
            명의 원형을 탐색한다. 나이프로 밑 작업을 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오브제를       로 전환하여 풍경을 통해 체질해낸 풍경을 포착해내고 있다.
            활용한 캔버스의 변용으로 기존의 평면을 뛰어넘는 마티에르 작업을 하는 등
            끊임없는 실험으로 독자적인 화법을 확장시켜 왔다. 송암의 그림은 한국화와        자연과 현상 속에 내재한 꿈틀대는 미적 생명감을 감각적으로 추상화시킴으
            서양화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회화라는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때 진         로써 한국화의 서정을 확대. 변형. 생성해 내는 그는 가시적인 이면에 숨겨져
            정한 그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있는 불가시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그 안에 담겨진 이理와 기氣의 흐
                                                            름을 조형적으로 보듬어 낸 결과다.  이는 순리에 따라 자연에 더 가까이 접근
            그의 요 근래 다도해의 섬과 바다의 풍경체험 또한 송암의 인문학적 통섭으        해 가려는 자신의 의지이며 바람이다. 즉 무수한 자연과 현상을 그려온 경험
            로 만들어낸 코드다. 아마추어는 모방하고 프로는 훔친다고 했다. 그의 풍경       에서 비로소 가능해진 퍼소나(Persona), 아니마(Anima), 아니무스(Animus)
            은 풍경 그대로를 베껴낸 모방copy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안겨있는 원형질     의 통섭적 안목으로 대상과 현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여 원형심상을 축출
            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이해를 이끌어낸 훔침syeal이다. 풍경의 어떤 면, 그것    하고 있다.
            들이 불러일으킨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풍경화의 진정한 오브제
            는 풍경의 현장을 근거로 한 새로운 발상에 기대어 있다. 예술이 서로 다른 대     송암 강종래, 그는 오늘도 그의 깊숙한 안쪽에서 여수라는 공간과 시간의 틈
            상을 관계 짓는 통섭이라면 인간과 자연, 대상과 대상, 안쪽과 바깥쪽, 맺힘      새를 들여다보면서 그의 바다와 그의 섬과 그의 꿈과 그의 생과 그의 존재를
            과 풀림까지도 관계 지어 조화롭게 해주는 일상적 만남이 송암의 예술적 질        원형적 상상력으로 성찰한다.
            료다. 서로 맞서 대립하는 만남이 아니라 서로를 밀어주고 풀어주는 열려있        유니크한 이미지로 생각 혹은 상상의 힘을 해석해 내는 상상조형까지 아우
            는 진행형의 통섭이다. 그래서 송암의 자연은 구상과 비구상을 연결짓는 통        르는 송암의 예술정신이야말로 그로 하여금 평생을 공부하는 발상과 전환의
            로가 된다. 자연을 통해 현상과 초월을 함께 아우르면서, 왜 우리의 삶이 자      자리에 세워둔다.
            연 속에서 가능하며, 왜 자연이 우리 삶의 영원한 원형이 되어야 하는지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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