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전시가이드 2024년 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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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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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고 골치를 앓으며 에너지를 소비한다. 간소화된 생활이 내 정신 또한 복잡함을 배제하여 간결함을 실천하는 편안
한 삶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아직도 요원한 비움의 길이다. 식재료에 대
그런데 혹시 나도 ‘저장 ’강박증‘ 증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 한 탐욕과 그릇만 보면 눈이 번뜩이는 소유욕을 내려놓기 전에는 ‘비움’의 길
다. 냉동고나 김치 냉장고를 테트리스 게임처럼 채우다 문득 드는 생각이다. 은 저만치 비켜서 있다.
제철에 싸니까 들여 놓고, 가격이 오른다니 사들이고, 구하기 힘든 것이 눈에
띄니 쟁이고…. 그렇게 빵빵하니 채우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가구원이 비움은 불교의 무소유와 흡사하다.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만 남기고, 확
줄어도 그 습관을 놓지 못하니 가히 병이라 할만하다. 그 뿐인가. 가끔 정리해 실하게 버리는 비움을 실천하고 단순한 색채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복
내보내도 어느새 다시 빽빽하게 들어 찬 책들, 갖가지 주방용품들을 보며 비 잡한 인간관계 또한 그러하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시
움이 필요함을 느낀다. 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
고 남과의 비교를 벗어나 매순간의 즐거움과 의미를 만드는 것이 마음을 단
언제부턴가 중고마켓 알림이 경쾌하다. 접시 몇 개를 쟁반과 함께 나눔 설정 순하게 한다.
을 했는데 바로 연락이 온다. 몇 해에 걸쳐 가구, 전자제품, 악기, 옷 등이 아
름다운 가게와 중고시장을 통해 주인을 찾아갔다. 물건을 올리면서도 아까운 대부분 어려서부터 채우는 삶에 익숙해져 있기에 비움의 삶을 살아보기는
마음에 주저할 때도 있었지만 누군가 고마워하며 가져가면 홀가분한 마음이 쉽지 않다. 하지만 비우는 삶이라 해서 가난하고 불편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
그 자리를 채운다. 다. 함께 나누는 삶을 지향하며, 집착과 욕망을 버리고 행복한 삶을 꿈꾸어보
자는 것이다.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광주문협 회원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와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
•.전남일보 작가에세이 연재 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곧 비움에서 시작된다. 우리 모두 한번 비워보는 삶을
•《광주문학》 편집위원(現) 가꿔보는 것이 어떨까.
•무등산 10회 문학 백일장 수상
• 《월간 전시 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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