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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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PM 4, 41×27cm, 견본채색, 2020 2016.02.09.PM 1, 41x27cm, 41x27cm, , 견본채색,2020
전통회화에서 채색화라 하면 ‘민화(民畵)’를 많이 떠올리고, ‘민화풍’ 이라고 느낌으로 전달하고자 그러한 과정과 절차를 스스로 지켜 가면서 효과적인 기
해석되어지기도 한다. 민간의 자유롭고 추상성을 보여주는 민화와, 도화서 법에 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쌓아나가고 있다.
화가들이 제작했던 채색화는 그 기법이나 재료, 표현 방식이 다르다. 이지민
의 작품은 민간의 민화적 채색화라기 보다는 전문 직업화가인 화원 화가들 구름 가득한 소소한 풍경
의 채색화처럼 섬세하고 정밀한 느낌이다. 이러한 조선시대 도화서의 전통회 이번에 보여주는 신작들에 공통적인 풍경은 하늘과 구름이다. ‘AM7’으로 시
화 기법에 대한 관심은 일제 식민지를 거치기 전 전통회화의 기법에 대한 연 작해서 ‘PM11’로 끝나는 그림 속의 화면은 시간대별로 변하는 하늘 위 다양한
구의 흔적이다. 구름의 표정과 일상의 풍경이 담겨있다. 그림 속의 대자연의 풍경과 상대적으
로 작게 묘사된 인물의 표현은 작품의 실제 그림의 크기보다도 대작처럼 느껴
작가가 선택한 작품의 기법은 비단을 사각 틀에 고정하고 아교와 백반을 섞은 지게 한다. 잘 다듬어진 나무들과 한가로운 물가에 띄워진 배, 잔디밭에 누운
물인 반수를 여러 번 칠하는데서 시작한다. 이 반수의 역할은 비단의 틈을 메 사람, 연인, 하늘에 떠 있는 기구와 그 안에 있는 사람들, 놀이터의 아이들, 늦
꾸고 채색의 발색을 좋게 하고, 가루 안료인 석채를 고정하는 여러 가지 의미 은 밤 가로등 아래 나무의 풍경, 이국적인 건축물과 한국전통 한옥의 담장의
를 담고 있다. 이러한 사전 과정을 통해 그림 그릴 화면을 깨끗이 만든다. 그 표현 등은 감정을 배제한 철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일율 적인 표현을 하고
위에 엷게 여러 번 칠하여 색을 입히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려나간다. 작가는 있어 사물들이 하나의 아이콘처럼 느껴진다. 여유롭고 충만한 일상을 보내는
이러한 과정의 수고로움에 많은 의미를 두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작 사람들이 있는 고요함이 흐르는 순간순간의 포착이다.
품의 가치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작가
가 선택한 과정의 하나이다. 소소한 일상이 중요해지는 때이다.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아는 순간 더욱 거리낌 없는 이 여유와 한가함이 소중하다. 이
전통적 방법과 기법 그대로를 재현하는 것이 현대미술로서 작가의 언어가 될 러한 휴식은 새로운 추진력과 에너지를 준비하게 한다. 작가가 말하는 ‘모든
때에는 작가가 추구하는 효과를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으로 나타날 구름에는 은빛 테두리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구름을 바라보면서 기대와 희망
수 있는 화면의 느낌을 선택한 것이다. 이지민의 화면은 거칠고 강하게 감정 을 전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메시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의 속내를 드러내기보다는 은은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생각을 속삭이는 듯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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