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3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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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VR 체험하는 사진 ‘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정세랑 장편소설, 표지 일러스트
람한, 민음사, 2020)
음반 일러스트레이션, 아이돌 티저 이미지 등 앨범과 포스터 아트워크 등 장 이 생기게 되었다. 현시점에서 시각화된 가상 세계는 놀이터 혹은 실험장에
르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작업하여 놀랍다.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며, 새로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user로서 게임을 즐기면서도 VR 작업을 하고 ZEPETO
운 분야의 작업 수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creator와 협업하는 등 나만의 미적인 감각을 다듬어 나가고 있다. 게임에서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해본 적 없는 작업이라도 나만이 추 본 아이템, 환경 등에서 영감을 받아 드로잉 하거나 아예 게임을 디자인해
구할 수 있는 스타일로 완성될 모습이 예견되는 제안들이 있다. 일에 착수하 보는 식으로 말이다. 또한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번에 게임을 만들면
면 늘 쉽지 않은 상황을 만나지만 지금까지 잘 극복해왔다. 장르가 다르더라 서 컨셉 아트를 AI로 생성해 보았다.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AI에 내 드로잉을
도 나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영역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낯선 감각으로 작업 학습시킨 뒤 결과 위에 덧칠이나 가공, 그 위에 다시 드로잉을 반복한 라이트
하기보다는 그 장르에서 내가 잘 표현할 것이라 느껴지면 그 제안을 수락하 패널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는 편이다.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계획 중인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북서울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이미 주목받은 바 있지만 작가의 전시 중 가장 이번에 VR 게임을 제작하면서 조금 더 짧으면서 심도 있는 3D 영상 작업을
백미는 여러 관람객이 VR 체험할 수 있도록 잘 마련된 국립현대미술관의 ‘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세대 기기들이 출시되며 VR 영역 다음으로 주
임사회’라고 생각한다. 이 전시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목받게 될 AR 작업에도 관심이 있다. 아직 낯설고 상용화되지 않은 영역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홍이지 큐레이터가 2022년 개인전의 VR 작업 ‘Tamagot- 만 현실과 가상이 섞인 공간(MR: mixed-reality)을 무대로 하는 시각 작업도
chi’(2022)를 본 후 VR 작업을 제안한 것이다. 디지털 드로잉을 할 때도 호텔 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객실, 정원, 정물화 테이블처럼 머릿속으로 설정한 특별한 공간 안에 기물을
배치하거나 가상의 캔버스를 하나의 무대로 설정하고 작업을 하는 편인데, 같 애니메이션 전공자로서 시각과 청각 모두에 관심을 기울여 작업하는 작가는
은 맥락으로 VR 공간 안에 내가 의도한 상황과 분위기를 녹이는 것은 나에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들을 선사한다. 이러한 인상
새로운 작업이 아니다. 큐레이터는 VR로 작업하되 그 나머지는 자유롭게 할 이 고운 색채의 조화에서 오는 것인지 흘러가는 장면의 유려함에서 오는 것
것을 제안했고, 그 당시 쌍둥이 동생이 초안으로 갖고 있던 시나리오를 각색 인지 아니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대상과 구성의 창의성 때문에 오는 것인
해서 이 프로젝트에 담기로 한 것이다. 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모든 것들의 합을 통한 완성으로서 관람객들에게
강렬하면서도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 이 시대
본인의 대표작을 꼽는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는 어떤 분야이건 많은 부분에서 예술적 감성을 필요로 한다. 미래지향적이고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업과 미술작가로서의 작업의 결이 구분되는 트랜디 하지만 빠른 교체로 감각만 남는 것이 아닌, 보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편이다. 대중적으로는 국내의 경우 ‘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표지 작업이 제 예술 생태계로서 질적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역시 예술적 도전과 실험
일 많이 알려졌다. 미술작가로서 대표작은 아직 모르겠다. 을 기반으로 한 창작성이 밑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에 맞서는 것이 아니
라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변화와 함께 호흡하면서 주도성을 가지고 사회와의
동시대 디지털 아트의 핫한 현장에 있는 한 명으로서 메타버스, NFT, AI 등을 적극적인 소통만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파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어니어로서 람한 작가가 짊어진 몫이 무겁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와의 협업
메타버스, NFT는 가상 세계를 체화한 사회에서만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을 통한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람한 작가의 다양한
이 매체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 실험들은 기존의 미술이 더 이상 순수 영역 안에 있지 않고 삶으로 확장 가능
아들이는지를 좀 더 관찰하고 그 감각을 작업에 반영하고자 한다. NFT를 직 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접 발행하고 판매하기보다는 이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근간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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