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3년 08월 이북
P. 39
(좌) Remy Soitout, Pollution, 92 x 73cm, oil on canvas, 1997 ⓒADAGP
(우) 김재옥, Excursion, 72.7 x 72.7cm, oil on canvas, 2023 ⓒADAGP
일으키는 대표작으로『Pollution』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1997년에 완성된 것 선시해 자연에 인위적인 힘을 가해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반해, ‘
으로써, 인류의 파렴치한 탐욕으로 인해 오염된 ‘공기와 물’이, 지금까지 평화 생태미술가’들은 인간 중심적 관점을 극복하고 자연과 공진화(co-evolution)
롭게 ‘자연’과 공존해왔던《환경생태계》의 흐름을 어떻게 파괴시켜 놓았는지 하는 편을 택하기 때문이다.
를 <은유적 화법>을 차용해 비판하고 있다. 레미 스와뚜는 인간에게 쓰이고
버림받은 쓰레기에 예술적 생명력을 부여한다. <리사이클 아트>는 현재 미술 결론적으로, 김재옥 작가는【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회원 작가들 가운데서
계에 유행하는 새로운 표현 방법이다. 재료의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도, ‘인간과 자연’의 함수 관계를 일방적으로 평화로운 시각에 머무른 상태로
소비적인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새로운 방식의 예술은 이 세상의 모든 사 관조한다. 그렇다 치더라도 김재옥 작가 역시, 여느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물이 예술이 될 수 있고, 자원의 재활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배우면서 자연을 닮아갔음에 틀림없다. 하기야, 자
‘친환경’이냐 아니냐를 놓고 메시지를 던지는 ‘사고 방식’의 차이로 구분되는 연을 찬미하고 노래한 시인들이 환경이 파괴된다면, 과연 무엇을 이야기 할
<리사이클 아티스트>에는 두 부류가 있다. 쓰레기와 일상적 소비재를 작품 수 있을지? 바로 그런 이유에서 김재옥 작가는, 그녀의 작품을 관람하는 대중
의 재료로 사용할 뿐 정작 환경의식은 소극적인 부류와, 예술 작품을 통해 환 에게 마치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카르페 디엠(carpe
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류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레미 스와뚜 diem)”이라 외치면서 그들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닐
는 후자에 속한다. 또한 레미 스와뚜는 신념을 실천하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하 지. 우연의 일치인지, 공교롭게도 최근에 들어와, 올 여름 일본 후쿠시마 제1
다. “나는 스스로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한다. 정치가들에게 환경을 개선할 수 원자력발전소의「오염수의 해양 방류」현안문제가, 한.일 외교분쟁의 씨앗으로
있는 안건을 제시하고, 수많은 지역 환경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다. 가능한 확산되는 중이다. 더군다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
한 지역 제품을 구입하고, 유기 농장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채식을 하고, 아주 는 ‘괴담 정치’마저 본격화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면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 무엇보 재앙적인 쓰나미(지진해일)에 의해서 파괴되어 뜨겁게 달아올랐던 노심을 식
다 저는 내 아이들을 친환경적으로 교육시킨다”라고 말할 정도. 그가 환경문 혀준 지하수 . 빗물이 ‘핵 폐수’가 되어버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산물 .
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였다. 수영을 즐기던 그가 강이 천일염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국민 건강이 철저하게 외
너무 오염되어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게 되면서부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면 당해버렸다. 지식인과 언론의 역할이 몹시 실망스럽다. 냉철한 과학적 근
몸소 느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필자가 알고 있는 김재옥 작가는, 그녀 자신 거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 이성적 문제 제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의 충동과 본능에 의해 ‘자연’을 반 영구적 안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겠지만, 오히려 불안에 떠는 국민을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엉터리 억지 . 궤변 . 횡설수
막상 현실은 인류가 이를 외면하는 순간 그 안에서 평화롭게 숨쉬던 ‘피조물’ 설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아무쪼록 필자는 김재옥 작가의 미학적 시각이
에게 영원히 그 안식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을지 궁금해진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편협한 미술가로 자리매김하기 보다는, 차라
다. 1990년대에 들어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환경 문제가 주요 현 리 <환경문제이론가>나 <활동가>들 못지않게 내면에 깊은 철학을 담은 주
안으로 떠오르면서부터《생태학적 세계관》이 현대사회의 ‘새로운 정신’이 되 제를 병행 묘사함으로써 더욱 풍성해진 열린 시야를 확보하기 바란다. 레미
고 있다. 이를 계승 발전시킨 레미 스와뚜의《생태학적 세계관》은 ‘인간과 자 스와뚜의 ‘위대한 정신’이 환경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
연’의 관계 속에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는 태도를 뜻한다. <생태미술>은 자 (Rachel Carson)의 저서『침묵의 봄』을 해방시켰다. 마찬가지로, 김재옥 작가
연환경을 작품의 주제로 다룬다는 점에서는 <대지미술(Land Art)>과 비슷해 역시 성찰하는【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일원으로써 그녀 스스로가 ‘새로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대지미술가’들이 자연환경 보호보다는 예술을 우 운 정신’에 의해 승화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37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