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3년 08월 이북
P. 45
GALLERY X2 전시작품
데, 이는 ‘인물의 입장이 아닌 사물의 입장’으로 시선이 확장 및 변주하는 ‘전이 로운 형태의 갤러리이다. 형식너머의 다양한 접근 방식은 미술을 사랑하는 모
체험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증식하는 ‘가방세포’들(관람자들의 두를 위한 실험적이고도 개념적인 세계를 선사한다. 오감을 뛰어넘는 미적 경
해석이 덧붙여지는 현상)들은 차민영의 작품을 향한 ‘게임같은 세계관’을 구 험을 통해 온전히 자신만의 감상을 즐길 수 있는 몰입형 공간을 설정하는 것
현하며 가상과 현실을 종합하는 작품세계를 구현한다. 불편한 감정과 친근한 이다. 신감각적 모티베이션은 이미 앞선 두 전시-이건용 작가의 전시를 새롭
감정 사이, 타인의 공간에 잠입한 독특한 경험은 작가(혹은 우리모두)가 떠나 게 재해석한 기록형 전시(개관전 이건용의 信念)와 국내 추상회화를 선도하
고 싶은 여행공간의 저편을 경험케 한다. 머릿속을 지배했던 낯설면서도 익숙 는 작가 5인(국대호, 김근태, 박종규, 장승택, 천광엽)의 예술 세계를 톺아본
한 이율배반적 사유를 통해 감상자는 어느덧 ‘여행 가방의 틈새’로 잠입하게 'milestone(마일스톤): 시대의 각인'-에서 보여준 바 있다.
되는 것이다. 실존하지 않는 틈새는 그리움이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름
모를 장소로의 여행을 보여준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세포가 다시 전시공간을 재해석해보자. 공간은 서사가 부여됐을 때 진정한 공간으로
증식하듯, 끊임없이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이다. 거듭난다. 불특정 타자를 위해 존재했던 틈은 감상자의 개입으로 인해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텔링을 탄생시킨다. 차민영의 가방은 관계의
차민영 작가는 여행 가방에 가진 저장공간이라는 보편적인 시각에 저항하면 전달자에서 주체개념으로 변화된다. 시점의 변화는 세상을 새롭게 인식토록
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여행이라는 산물을 개성으로 바꾸는 시도를 감행한 만드는 하나의 창(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 제목은 <Shake Up>, 나와
다. 작가에게 여행가방은 삶의 다채로운 파노라마를 통해 삶의 덧없음이 거꾸 너의 흔들어진 감각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과 만난다는 뜻의 <Shake Up>이
로 긍정이 되게 하는 다중적 의미해석이 아닐까 한다. 친숙한 것을 미지의 상 다. 우리는 현재를 내려놓지 않으면 새로운 나와 만날 수 없다. 작가는 늘 새로
상과 만나게 하는 ‘틈새 미학’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보여주는 문학적 서 운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자아’와 만난다. 자기 혁명적 아방가르드가 ‘가방과 틈’
사와도 연결된다. 과몰입을 지양하면서도 틈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진정성에 이라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양한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감상자가
빠져들게 하는 방식은 아티스트의 이름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내밀한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 타자의 시선을 자기화하는 체화의 경험들, 이러한
성향과 유사하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통합해 공간 시선의 변주는 작품이 갖고 있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 사유를 말캉말캉하게
을 재정의하는, 고정되지 않는 전시개념의 아방가르드’인 것이다. 하는 계기가 된다. 차민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학 학사를 졸업하고 미술학
석사를, 홍익대학교 영상학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갤러리 빔(서
또 다른 나의 발견, ‘명상형 공간의 체화’ … 오직 갤러리 엑스투에서만 울)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베이징, 상하이, 서울을 오가며 다수의 전시를
진행했다.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포스코 아트 뮤지엄, NHN 등 다
갤러리엑스투(갤러리X2)는 미술애호가 스스로 전시형식을 발견하게 돕는 새 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43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