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3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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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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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자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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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몸담았던 흔적마저 비바람에 쓸려 사라지고 없다.                    지금도 이러한데 일제강점기에 극동지역으로 이주한 동포들의 생활은 어떠
            바람이 건드리면 날아갈 것 같고 내려다보면 후들거리는 곳. 의지할 곳 없고,      했을지 싶었다. 온갖 고난과 수모를 겪으며 추위로 버려진 땅에 움막을 짓고
            돌봐주는 이 없는 곳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씨앗까지 맺었으니 별꽃의        가져온 곡식 종자를 뿌려 개간을 해 비옥한 농토로 일구어 냈다. 겨우 정착을
            짧은 생이 이뤄낸 위대한 승리가 아닐까. 대단했던 별꽃의 삶을 그냥 지울 수      하나 싶으니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 생각이나 했을까. 만주사변을
            없어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 이름을 물었다. 어느 지인이 “점나도 나물”이라       비롯해 일본의 중국침공에 위협을 느낀 소련정부는 스탈린의 승인아래 고려
            며 알려왔다.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별꽃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인 강제 이주령을 시행한다.

            위태로운 곳에 깊게 뿌리 내리지 못했지만 한 생애 열심히 살다간 ‘점나도 나      갑자기 며칠 만에 통째로 기차에 실려 멀고 먼 반대편 중앙아시아로 끌려가
            물’, 아니 ‘별꽃’을 보내며 유이민의 삶을 살아야했던 아픈 역사를 떠올린다. 시   게 되는 고통을 겪는다. 새로 일군 터전을 뒤로하고 수백 명의 동포들이 열악
            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우수리스크에 들렀을 때다.                    한 환경, 추위와 배고픔을 버티지 못하고 기차 안에서 죽어나갔으며 한인공동
                                                            체 지도자들은 반소행위를 이유로 처형당해야 했다. 동포인 고려인 강제 이주
            5월이었음에도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달달 떨린다는 표현이 왜 생겼는지 직        는 일부 한인이 일본의 첩자로 활동하고 있고, 연해주 한인들이 한국독립운동
            접 체험하는 날씨였다. 들여 마시는 공기마저 바로 얼어붙는지 숨쉬기도 벅차       을 지원해 일본을 자극한다는 이유였다. 나라를 빼앗긴 아픔으로 머나먼 이국
            실내에서 나오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바라보던 바깥은 살       에서나마 살아보겠다고 떠났지만 뿌리 내리지 못하고 한(恨)만 남은 것이다.
            풍경한 회색빛의 연속이었다. 막힘없이 드넓은 대지는 부러웠지만 어쩌다 보
            이는 인가는 낡고 곧 무너질 듯 허름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경작하는 땅은 인      비집고 들어갈 공간도 없었던 박토에 지혜를 모아 삶을 일궜던 우리 핏줄들
            가 주변 뿐 허허벌판 그대로 인 채 버려져 있었다.                    이다. 두더쥐처럼 땅을 파고 거적을 덮고 시작했지만 독립운동을 하고 교육
                                                            을 했던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했다. 별꽃처럼 벼랑에서 뿌리내리려 안간힘
                                                            을 다하며 대한국민으로서 자긍심의 꽃을 피워낸 것이다. 그러니 그 발자취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가 숭고하다.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문학 현 편집위원                          별꽃이 보이지 않으나 나의 눈동자는 자꾸만 창가로 향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월간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그가 나를 길들였었나 보다. 빈자리가 허전해 시선만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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