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전시가이드 2023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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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Baekdudaegan 116.7×80.3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2023. 8. 18 – 8. 31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3길 3)
이정원 초대전 문에 표현하기에 따라서 바위나 나무의 실재감을 오히려 더 느끼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화면에 붙여진 작은 종이조각들은 붙인 방향에 따라 흐름을 형
성하기도 하고,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optical한 이미지가 연출되기도 한다.
글 : 이정원 작가노트 요즈음은 표현한 대상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대상들을 가깝게 만나기 위
해서 내가 하는 행위들이다. 백개의 바위를 그리기 위해서 수많은 종이를 자
르고 붙이고 물감을 스프레이하고 다시 붓질을 하고 하는 지난한 반복된 행
최근의 작업은 우리나라 산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白頭大幹을 부감한 시각 위들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물론 저변의 사전작업들은 더 긴 시간과 산
에서 산의 골격이 한눈에 펼쳐지는 이미지의 표현이다. 산은 저마다의 고유한 행경험과 드로잉을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서 하나의 바
아름다운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모여 있을 때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반복되 위를 이루듯이 천개의 조각을 붙이고 만번의 붓질을 수행하듯 반복하는 행위
는 형상에서 어떤 일정한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를 통해서 비로서 산을 영접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근간으로 무수하게 갈라져 물이 흐르고 그 사이사이에는 인간의 삶을 포함한
생태가 깃들어 있다. 파쇄지라는 object로 이 거대한 생명의 숨결의 언저리에 眞景山水는 실제의 山水풍경을 말하는 것이 아닌 山水풍경을 이루는 理致가
다가갈 수 있을까는 내게 늘 화두가 되어왔다. 山水에 함축된 참된 산수풍경을 말한다고 한다. 산은 쉽게 자기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부단한 ‘山中摸索’을 통해서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
파쇄지라는 종이의 물성으로 붓에서 나오는 획의 유연함도 디테일도 농담도 는다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들
흉내 낼 수는 없다. 그러나 거친 마티에르나 오브제 자체가 가지는 입체감 때 어가는 행위, 프로세스 속에서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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