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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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행사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세상 짓기’
글 : 이문자(전시가이드 편집장)
본전시 -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예 - 강진주 본전시 - 보편문명으로서의 공예 - 풍류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 ‘세상 짓기’, 공예 문명의 미래를 설계하다
세계적 공예 담론을 선도해온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올해로 14번째를 맞이하 특별전 – 유연한 직조와 절대의 사유
고 9월 4일부터 11월 2일까지 문화제조창 및 청주시일원에서 진행된다. '세 특별전 역시 본전시 못지않은 무게를 갖는다. 현대자동차의 아트 파트너십 일
상 짓기 Re_Crafting Tomorrow'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72개국 1,300 환인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 엮음과 짜임’은 한국과 인도의 작가들이 직조
여 명의 작가, 2,500여 점의 작품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전시는 단순 매체를 통해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는 협업의 성과를 보여준다.
한 장르 축제를 넘어 인류의 의식주와 문명을 바탕으로 공예의 본질을 탐구 장연순, 유정혜, 홍영인, 고소미 등은 물질적 직조를 넘어 문화와 정체성을 새
하며, 이를 미술·디자인·건축의 경계를 넘는 담론으로 확장시켰다. 개막 전 프 롭게 엮는 과정 자체를 예술로 승화했다.
레스투어에 참여한 언론들이 “세심한 설계로 지어진 건축물처럼 감각적이고
압도적이다”라고 평한 대목은, 이번 비엔날레가 단순한 공예 전시를 넘어 거 또한 성파 스님의 특별전 ‘성파선예전’은 수행과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는 한
대한 구조적 내러티브를 갖춘 ‘문명의 전시장’임을 잘 보여준다. 국 전통정신의 정수를 담았다. 특히 100미터에 달하는 한지작품은 ‘명명백백’
이라는 제목처럼 압도적 사유의 회랑이다. 태국을 주빈국으로 초대한 초대국
본전시 – 문명론적 질문을 품은 네 장(章) 가전 ‘유연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는 속도와 상업성에 맞선 태국 공예의 고
예술감독 강재영은 이번 전시를 ‘보편문명에서 공동체까지’라는 구조로 배치 유한 정체성을 ‘테크노 공예’와 ‘시간의 수행성’으로 풀어내며, 비엔날레가 지
하며, 공예의 정체성 확장을 철저히 탐구했다. 네 개의 소주제는 곧 공예의 지 향하는 느림과 지속 가능성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난 궤적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압축한다.
열린 비엔날레, 열린 문명
첫 번째 섹션 ‘보편문명으로서의 공예’는 공예가 인간 삶의 출발점이자 다양 특기할 점은 ‘열린 비엔날레’라는 기획이다. 국제공예포럼은 학술 교류를 통
한 문명의 근간임을 상기시키며, 기술과 전통의 해체와 융합을 보여준다. 이 한 글로벌 담론을 심화시키고, 어린이비엔날레 ‘누구나 마을’은 차세대 관람
탈리아 작가 프란체스코 시메티, 한국의 윤상현, 폴란드의 마르친 루삭 등은 자와 함께할 공예 교육의 장을 마련한다. 개막식은 청주가 ‘세계공예도시’임
각각 비판적 조형 언어로 문명과 공예의 공진화를 탐구한다. 두 번째 ‘탐미주 을 선언하는 의식으로서, 단순 지역 행사가 아닌 세계적 플랫폼임을 분명히
의자를 위한 공예’는 공예가 품고 있는 숭고한 미학의 본령을 환기한다. 김희 했다.
찬의 정교한 나무 작업, 이집트 작가 압델니세르 이브라힘의 종이 조형은 AI
시대에도 인간 손이 가진 미적 고유성을 입증한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와 문명의 관계를 회고적·미래적으로 동시에
조직한 드문 기획이다. 이는 단순히 소재·기법의 공예가 아니라, 문명을 생산
세 번째 ‘모든 존재자를 위한 공예’에서는 인간 중심적 공예가 지닌 책임과 한 하고 반성하는 행위로서 공예를 위치시킨다. 특히 본전시의 구조적 서사와 특
계를 드러낸다. 환경 파괴·전쟁·멸종 위기를 직조·유리·수공예 등으로 시각화 별전의 확장성은, 공예를 미술의 주변 장르가 아닌 ‘새로운 세상 짓기’의 주인
한 수지 비커리, 카티야 트라불시, 리 위푸 등의 작품은 공예를 생태·윤리적 공으로 부상시킨다. 그러나 방대한 볼륨 속에서 개별 작품들이 제시하는 미
실천으로 재위치시킨다. 마지막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예’는 공예가 관계망을 세한 서사들이 오히려 전체 서사의 웅장함에 묻힐 위험 또한 존재한다. 그럼
구축하는 사회적 행위임을 강조한다. 태국의 코라꼿 아롬디, 한국의 강진주와 에도 이번 비엔날레가 “공예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내린 대답
홍림회 등은 공동체적 노동과 협업을 통해 공예의 사회적 치유성을 증언한다. 은 분명하다. 바로, 공예는 새로운 문명을 짓는 행위라는 것이다. 청주는 이를
네 장의 구조는 곧 인간-자연-사회라는 공예의 총체적 존재론을 드러내며, 이 통해 공예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번 비엔날레가 추구하는 ‘공예문명의 서사’를 집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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