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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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어쩌다 타이거즈


        글 : 장소영 (수필가)








































        야구 경기 장면  (사진 : 장소영 제공)






                        ‘우리는 기아 타이거즈!                   을 심드렁한 반응에, 모르는 티는 팍팍 났을 테니 퍽도 심심한 선생으로 보였
                      뜨거운 열! 정! 으! 로! 하나 된!             을 것이다.
                       최! 강! 기! 아! 타이거즈여!’
        웅장한 라인업송은 비장미마저 흐른다. 가슴까지 짜릿하게 올라오는 격한 감        그랬던 나였는데! 야구라면 즉각 반응하여 누구와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푼수
        정의 용솟음에 너나할 것 없이 하나 되어 승리를 기원한다. 살다보니 내가 야      짓도 서슴지 않는 우스운 상황이 돼버렸다. 야구장이야 워낙 분위기도 달아오
        구라는 스포츠에 이렇게 진심인 날이 오다니. 무언가에 흠뻑 빠져본 일이 없       르고,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도 신이 날 수 밖에 없어서 그렇다 치자. 어느 날
        었는데 늦바람이 든 것이다. 매번 나 자신조차 날 잘 모르는구나 싶어 놀랄       부턴가 생중계는 당연하게, 재방까지도 살뜰하게 챙겨보고 있으니 사람일이
        때가 있다.                                          란 게 참으로 모를 일이다. 스포츠는 뇌의 도파민을 자극해 중독성이 있다는
                                                        데, 요새 야구가 화제의 전부가 되어 들떠있는 선생님을 보는 학생들의 눈초
        홈런, 볼, 스트라이크 등 상식과도 같은 용어만 겨우 알 뿐, 규칙도, 유격수, 지  리도 흡사 중독자를 보는 것 마냥 의미심장하다.
        명타자 같은 개념도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야구문맹자였던 나. 가끔 세탁소에
        들리면, 다림질을 하면서도 야구경기 시청에 눈을 고정시킨 채 응대하던 주인       그러건 말건 오늘도 최강 기아 타이거즈를 흥얼대며 관람석에 앉는다. 타자들
        을 보며 내심 못마땅했다.                                  의 안타 하나, 홈런이 주는 통쾌함, 병살타나 아웃에서 오는 탄식, 투수의 공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삼진이 나오면 우승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벌
        야구장에 다녀와 신이 난 학생들이 선수이름이니 야구성적에 대해 주워섬          떡 일어나 환호한다. 경기가 상대에게 유리해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팬들의
        길 때도 곁장구는 쳐주지만, 어찌 학생들이라고 눈치가 없겠나. 당연히 보였       몸짓, 손짓들이 하나의 파동이 되어 야구장을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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