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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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전시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 18, 100x80cm,  Acrylic on canvas, 2023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 16, 45.5x53cm, Acrylic on canvas, 2023








                            2023. 6. 20 – 6. 29 갤러리모나리자산촌 (T.02-765-1114, 인사동)









         굽이치며 만나는 경계들
                                                        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은 자연만큼이나 인간의 무의식에 호소하기 때문이
        김연식 개인전                                         다. 레오나드 쉴레인은 [미술과 물리의 만남](Art & Physics)에서 직선은 자
                                                        연에서는 거의 결핍된 부분이라고 본다. 자유롭게 출렁거리는 색 띠의 향연
                                                        은 자아의 확장과 연결된 활성화된 무의식을 표현한다. 무의식 또한 그의 작
        글 : 이선영(미술평론가)                                  품처럼 흐른다. 여러 겹의 띠로 출렁이는 무의식은 이원론이 지배적인 현실
                                                        을 침식하거나 도전한다. 작가는 작품의 주요 형식을 선이나 띠보다는 그물
                                                        과 비유하여 설명한다.
        ‘교향곡; 인드라망’이라는 큰 주제를 4악장으로 나누어서 전시하는 정산 김연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작품만 나오지만, 실제로 그는 대규모 설치미술에서 망
        식의 작품전은 그자체로 색과 입자의 출렁임의 세계이다. 그의 작품들은 현미       을 사용하기도 했다. 2014년의 거대한 구형태의 설치작품에서 1600 개의 투
        경 아래의 미시적 우주부터 심우주(deep space), 때로는 인간의 시야에도 들  명 줄에 매달린 면도날 48000개 이용해서 관객을 비추기도 했다. 면도날의
        어올 법한 풍경을 연상시킨다. 지난 5월에 제1악장 ‘컵 속의 무한세상’이라는     반사면들은 거울의 방과 같은 무한한 반향을 일으키며, 인드라망처럼 우리가
        부제로 전시했고, 6월에 제2악장인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 전이다. 파동과     홀로가 아님을 웅변한다. 다른 설치작품에서는 그물을 실제 사용하기도 했는
        입자로 이루어진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상상이 펼쳐진다.               데, 이후에 그는 그물을 환영의 세계로만 표현한다. 굵고 가는, 여러 색의 그
        16세에 불교에 입문한 1946년생의 작가이자 스님은 인사동에서 44년 전부      물들이 첩첩이 쌓인 세계다. 그물은 섬세한 선적 형태로 표현되지만, 그는 붓
        터 사찰음식을 시작하기도 한 다방면의 활동가다. 악장으로 나뉜 전시 부제        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과 기름의 비율에 따라 선의 강도와 밀도가 정해지며,
        들도 그렇고 가게에 놓인 피아노는 그의 작품에 음악 또한 깔려있을 것이라        행위의 결과를 순간적으로 선택한다. 이러한 선택은 먹색만으로 이루어진 전
        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처음 그의 작품을 봤을 때 1960년대 서구 하위문화     형적인 선화 못지않은 절제를 요구한다. 그에게 불교의 선사상은 이러한 찰
        를 물들였던 몽환적(psychedelic) 음악 이미지가 떠올랐다. 출렁이는 곡선   라의 선택과 관련된다. 정산은 자신 안에 꿈틀거리는 색을 억압하지 않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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