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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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 18, 100x80cm, Acrylic on canvas, 2023
출하되, 절도 있게 선택한다. 작업 과정은 그린다기 보다는 만들기에 가깝다. 된 채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 양자역학의 세계는 상대적이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부어 캔버스 위에 퍼트린 후 직관적으로 구성하는 파동과 입자가 통합된 관점, 요컨대 다른 두 개가 아니라 세계의 단일한 묘사
단계를 거친다. 덧칠은 물론 수정도 불가능하다. 고치기보다는 막판에 흐트 에 대한 보완적 국면이다. 양자역학의 편에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자
러뜨리는 만다라처럼 완전히 다시 시작한다. 작가조차도 같은 똑같은 작품을 연과학이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자연과 우리 자
만들 수 없다. 수많은 섬세한 겹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은 노동집약적일 듯 신이 상호작용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물리학에 의하면 관찰자와 관찰된 것
하지만, 주사위를 던지는 듯한 우연적 과정을 포함한다. 자신으로부터 용솟 은 연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고는 인문학과 예술에도 영향을 주었다. 레
음치는 것을 순간적으로 포획하기 위해 그는 가상의 그물을 친다. 절묘한 순 오나드 쉴레인은 물리학자 보어의 제자로, 보어의 관점을 확장시킨 철학적
간이 선택되어 갈무리될 때,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이 입장을 소개한다. ‘파동과 입자처럼 정신(mind)과 우주는 뒤엉켜서 풀 수 없
기에 작업은 그에게 종교적 수행만큼이나 필연적이다. 그는 ‘예술의 길은 도 게 통합된다’(휠러). 이러한 해석이 암시하는 것은 정신과 우주의 양상이 한
닦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작업 과정 중 무아지경은 선의 경지와 비교된다. 쌍을 이루는 체계라는 것이다. 미술과 물리학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다. 정
작업에 몰입하는 과정은 매일 새벽 4시에야 끝난다. 모나리자 갤러리 2개 층 산의 경우 불교적 세계관이 가세한다. [미술과 물리] 또한 ‘우리시대의 범례
에 걸린 이번 전시는 둥글거나 사각형의 캔버스에 담긴 70여 점의 작은 작품 (paradigm)에서 우리는 실재의 근본적인 요소로 네 가지를 인정하는데, 그
들이 상호작용하는 우주를 연출한다. 사각형이나 원안에 담긴 세계는 이전의 것은 공간, 시간, 에너지, 물질이다. 이러한 네가지 요소들은 총체적인 만다라
설치작품처럼 서로를 비춘다. 를 형성한다’고 서술한다.
작가는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라는 전시 부제에 대해, ‘양자역학에서 주시 색감 때문에 식물이 떠오르는 작품군은 무엇도 빠지지 않는 촘촘한 그물망인
하지 않을 때는 파동, 실험할 때 입자로 변하는’ 성질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 우주의 양상이다. 물론 유기체의 외적 재현은 아니고, 운동의 내부, 그 단면이
드라이브’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 범주가 ‘서로 얽히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나 단층같은 모습이다. 작품 [-16]은 보라색 양배추의 단면이 떠오른다. 작품
현대물리학의 가설에서 부처님이 말한 ‘우주 전체의 연결’을 본다. 레오나드 [-43, 45]는 세포적 차원을 관찰하기 위해 횡단면을 펼친다. 녹색 계열이 포함
쉴레인은 앞서 인용된 책에서,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상보(相補)성의 원리가 될 경우 식물 세포같은 양상이며, 식물의 씨앗에도 성장을 통해 펼쳐질 수많
고전적 관점에서 양립 불가능하다는 가설을 종합했다고 평가한다. 빛은 파동 은 주름이 잡혀있다. 무채색 톤의 망은 형태에 집중하게 한다. 밝음과 어둠만
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측면만 진리로 여겨져 대립해 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빛은 특별하다.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작품 [-34]에서
온 것이다. 레오나드 쉴레인은 빛이 입자라는 믿음을 가진 뉴턴과 해안에 부 밝은 선들은 반사광 같다. 무채색 흐름은 둥근 캔버스의 작품 [-47]에도 보인
딪히는 물처럼 에테르를 통해 굽이치는 파동이 빛이라는 믿음을 가진 호이겐 다. 온난화 때문에 녹는 북극해의 풍경같은 작품 [-14, 44]은 해수면을 상승시
스의 입장을 대조한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적 과학은 절대적 시점을 유 켜 또 다른 파를 형성할 것이다. 둥근 캔버스처럼 같은 형식의 캔버스 여러 개
지했다. 뉴턴은 ‘진리는 절대적이며 그 자체가 수학적인 시간이다. 그리고 그 가 나란히 걸릴 때 잠재적인 동감이 있다. 무채색과 유채색 사이의 상호전환
자체의 본질에서 흘러나와 어떤 외부 사물에 관계없이 항상 유사하고 고정 이나 그물망의 농도와 밀도 변화같은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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