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P. 89

t1004@hanmail.ne
                                                                          ar
                                                                          cr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보도
                                                                전시
                                                                     자료는
                                                                                              2
                                                                                         10-6313-
                                                                                     t  문의 0
                                                                                                7 (이문자 편집장)
                                                                                               4
                                                                                               7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 18, 100x80cm, Acrylic on canvas, 2023




            출하되, 절도 있게 선택한다. 작업 과정은 그린다기 보다는 만들기에 가깝다.      된 채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 양자역학의 세계는 상대적이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부어 캔버스 위에 퍼트린 후 직관적으로 구성하는         파동과 입자가 통합된 관점, 요컨대 다른 두 개가 아니라 세계의 단일한 묘사
            단계를 거친다. 덧칠은 물론 수정도 불가능하다. 고치기보다는 막판에 흐트        에 대한 보완적 국면이다. 양자역학의 편에선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자
            러뜨리는 만다라처럼 완전히 다시 시작한다. 작가조차도 같은 똑같은 작품을        연과학이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자연과 우리 자
            만들 수 없다. 수많은 섬세한 겹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은 노동집약적일 듯       신이 상호작용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물리학에 의하면 관찰자와 관찰된 것
            하지만, 주사위를 던지는 듯한 우연적 과정을 포함한다. 자신으로부터 용솟        은 연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고는 인문학과 예술에도 영향을 주었다. 레
            음치는 것을 순간적으로 포획하기 위해 그는 가상의 그물을 친다. 절묘한 순       오나드 쉴레인은 물리학자 보어의 제자로, 보어의 관점을 확장시킨 철학적
            간이 선택되어 갈무리될 때,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이      입장을 소개한다. ‘파동과 입자처럼 정신(mind)과 우주는 뒤엉켜서 풀 수 없
            기에 작업은 그에게 종교적 수행만큼이나 필연적이다. 그는 ‘예술의 길은 도       게 통합된다’(휠러). 이러한 해석이 암시하는 것은 정신과 우주의 양상이 한
            닦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작업 과정 중 무아지경은 선의 경지와 비교된다.      쌍을 이루는 체계라는 것이다. 미술과 물리학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다. 정
            작업에 몰입하는 과정은 매일 새벽 4시에야 끝난다. 모나리자 갤러리 2개 층      산의 경우 불교적 세계관이 가세한다. [미술과 물리] 또한 ‘우리시대의 범례
            에 걸린 이번 전시는 둥글거나 사각형의 캔버스에 담긴 70여 점의 작은 작품      (paradigm)에서 우리는 실재의 근본적인 요소로 네 가지를 인정하는데, 그
            들이 상호작용하는 우주를 연출한다. 사각형이나 원안에 담긴 세계는 이전의        것은 공간, 시간, 에너지, 물질이다. 이러한 네가지 요소들은 총체적인 만다라
            설치작품처럼 서로를 비춘다.                                 를 형성한다’고 서술한다.

            작가는 ‘파동과 입자의 드라이브’라는 전시 부제에 대해, ‘양자역학에서 주시      색감 때문에 식물이 떠오르는 작품군은 무엇도 빠지지 않는 촘촘한 그물망인
            하지 않을 때는 파동, 실험할 때 입자로 변하는’ 성질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    우주의 양상이다. 물론 유기체의 외적 재현은 아니고, 운동의 내부, 그 단면이
            드라이브’는 입자와 파동이라는 두 범주가 ‘서로 얽히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나 단층같은 모습이다. 작품 [-16]은 보라색 양배추의 단면이 떠오른다. 작품
            현대물리학의 가설에서 부처님이 말한 ‘우주 전체의 연결’을 본다. 레오나드       [-43, 45]는 세포적 차원을 관찰하기 위해 횡단면을 펼친다. 녹색 계열이 포함
            쉴레인은 앞서 인용된 책에서,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상보(相補)성의 원리가        될 경우 식물 세포같은 양상이며, 식물의 씨앗에도 성장을 통해 펼쳐질 수많
            고전적 관점에서 양립 불가능하다는 가설을 종합했다고 평가한다. 빛은 파동        은 주름이 잡혀있다. 무채색 톤의 망은 형태에 집중하게 한다. 밝음과 어둠만
            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측면만 진리로 여겨져 대립해       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빛은 특별하다.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작품 [-34]에서
            온 것이다. 레오나드 쉴레인은 빛이 입자라는 믿음을 가진 뉴턴과 해안에 부       밝은 선들은 반사광 같다. 무채색 흐름은 둥근 캔버스의 작품 [-47]에도 보인
            딪히는 물처럼 에테르를 통해 굽이치는 파동이 빛이라는 믿음을 가진 호이겐        다. 온난화 때문에 녹는 북극해의 풍경같은 작품 [-14, 44]은 해수면을 상승시
            스의 입장을 대조한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적 과학은 절대적 시점을 유        켜 또 다른 파를 형성할 것이다. 둥근 캔버스처럼 같은 형식의 캔버스 여러 개
            지했다. 뉴턴은 ‘진리는 절대적이며 그 자체가 수학적인 시간이다. 그리고 그      가 나란히 걸릴 때 잠재적인 동감이 있다. 무채색과 유채색 사이의 상호전환
            자체의 본질에서 흘러나와 어떤 외부 사물에 관계없이 항상 유사하고 고정         이나 그물망의 농도와 밀도 변화같은 움직임이다.


                                                                                                       87
                                                                                                       87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