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김성은 개인전 2024. 8. 9 – 9. 3 새문안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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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성은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발견한 회화적 특성부터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작품들의 메시지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들 중에 하나는 빛의 근원이 다름이다.
첫째, 뒷 배경에서 스며나오는 여명의 자연광이며,
둘째, 배경의 중심에서 둥글게 번져나는 영적 빛이며,
셋째, 작품의 밖에서 작품을 향해 비춰지는 작가와 관람자의 응시적 주체의 빛이다.
‘그루터기’ 주제에 대한 작품시리즈는 2021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루터기>작품에서 부조리한 세계의 폭력에 베임을
당해도 은총의 뿌리에서 새롭게 발돋음하는 생명의 신비를 사유하며 자아성찰의 지속적인 이미지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심상거울의 맥락(context)으로서 탈기표적 회화형식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작품 <뿌리가 자라 가지가 되고>에서 구원의 뿌리를 탐구하며, 은총의 메시지와 현존세계의 응답을 발견하며, 나무 한
그루의 종소리 같은 공감의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영혼의 불꽃으로 정화되는 거룩한 분노의 이 땅에 핑크빛 몽상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나무를 그리고 있다. 우주적 모성의 불꽃은 이미지의 자기모순을 소진시키고, 그 자체로 순수한 존재의
형상이 되기 위해 투명하게 타올라야 한다. 텅 빈 욕망의 공간에서 다시 생명의 불꽃이 물질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려 한다.
<세상속의 그루터기>에서 늘 새롭게 빛나며 상처를 딛고 올라서는 생명의 불꽃은 “실재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a)”과 은총의 신비를 목격하게 하며 우리의 마음을 붙잡는다. 예술가로서 김성은 작가의 영적 감수성은 탈중력(脫重力)의
미소로 타오르는 생명의 지속성을 품에 안고 한 그루의 나무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작품<다시 살아나기>를 음미 해 본다.
빛나는 뿌리를 마음의 중심으로 모으고 있다. 십자가의 창틀 사이로 보이는 4차원의 대지는 시각적인 감각의 세계를
반쯤 지우며 이미지들의 은폐와 더불어 뿌리이자 나뭇가지에 작은 잎들을 생성시키고자 한다.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의 ‘어린왕자’ 이야기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사막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샘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반쯤 감추면서 반쯤 열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도 존재론적 미학에서 언급했듯이, 김성은 작가는 표상화(表象畵)된 이미지 뒤에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작품 <새벽만남>에서 마주치는 새벽 얼굴을 우리는 무엇으로 만날 것인가!
새벽의 추위에 응축된 마음을 열어 투쟁의 발걸음으로 오늘 창조적 욕망의 날개를 다스리며 타자의 상처를 감싸 안는 나무가
될 것이다. 새벽을 기다리는 진리의 파수꾼으로서 어두운 밤을 지새우며 한 그루의 나무처럼 깨어 있기에, 새벽이 왔노라
외치는 일깨움의 시인으로서 화가로서 김성은 작가는 여기 서 있다.
다시 여명의 시선을 열어 “시나브로 변해가는 서로를 발견 한다”고 작가노트에 쓰고 있다.
너와 내가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은 자아도취적 도그마일 뿐이다.
‘차이와 반복’의 1000의 고원을 함께 넘고 넘어야 하지만 동행해야 함을 작가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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