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김성은 개인전 2024. 8. 9 – 9. 3 새문안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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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그루터기, a tree stump>로 돌아온 작가의 걸음.
시련을 극복한 그루터기의 의미를 ‘요셉의 꿈과 은총’으로 비유하며, ‘바로(Pharaoh) 왕’의 꿈 해몽으로 성령을 통한 지혜의
능력으로, 7년의 흉년을 대비한 믿음의 실천이 가능했듯이, 그루터기의 꿈도 뿌리에 간직한 은총의 불꽃이 다시 타올라
새싹을 돋우고 여명의 빛을 밝히는 그루터기의 형상을 환기(喚起)시킨다. 기다림의 숲에서 어둠을 뚫고 희미한 여명의
입김을 이끌어 올리는 그루터기에서 의로워진 새 생명의 발돋음을 칭의(稱義)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의로운 나무 한
그루의 부활을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김성은 작가의 시선은 생명의 부활을 다시 발견하고 의로운 영혼의 빛을 다시 세운다.
작품 <발견Ⅰ>의 작품은 동굴 밖으로 탈주하는 영혼의 은유이며, 거듭난 생명은 그 자체로 놀랍고 고귀한 축복이며, 기쁘고
신명나는 주체의 내적 통일성을 부여 받는다. 김성은 작가의 작품들은 2차원(평면)의 캔버스 표면 이미지를 극복하며
4차원의 원근법을 갖게 된다. 평면 이미지의 형상들이 물질적 상상력의 기호적 마주할 수 없는 환상(illusion)을 거부하며
탈기표적(脫記標的) 회화(painting)로서 4차원의 통로를 암시한다. 또한, 가시관의 메타포(metaphor, 隱喩法)는 김성은
작가의 작가노트에 씌여진 “그의 가시관이 생명의 관으로 내게 오고~” “그의 빈 무덤이 믿음의 증거로 내게 오고” 있다고
사유한다. 텅 비워진 무덤과 입구를 막았던 바위돌이 아닌 가시관이 놓이고 이제 이 가시관은 가시가 없는 영광과 승리의
왕관처럼 어둠의 죄를 씻어내고, 고통의 피를 씻어내며 화사하게 새잎들을 돋아나게 한다.
Diaspora
로고스의 빛을 품고 은총의 땅에 뿌려진 초록빛 진리의 파편들은 온 누리에 흩뿌려져 뿌리를 내리고 있다. 흩어져 있는
진리의 파편들을 연결하는 만남의 길은 무엇일까? 아득한 공간의 벽과 거리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은 지구의
땅속으로 뻗어나가는 뿌리에서 뿌리로 맞닿을 수 있는 혈맥과 그 뿌리를 살아 있게 하는 물의 속삭임으로 이미 연결되고
있다.
생명의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은 없다.
작품 <마른가지에 생기를>으로 되돌아온 발걸음 오랫동안 나무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나무의 심연도 이제는 김성은 작가의
심연을 바라볼 것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빛의 뿌리에 맞닿아 있는 생명의 언어 진리의 언어가 향기로운 빛의 파장으로
예술언어로 환원된다.
생명의 언어 진리의 물결이 존재의 언어를 재정립한다. 태초의 어둠을 밝히는 말씀이 나무가 되어 여기 서 있다. 영혼의
혁명을 꿈꾸는 불꽃으로 어둠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며 김성은 작가의 분신(예술언어,Language of Art)으로 서 있는 이 나무
한 그루의 외침!
이제 나뭇가지에 깃들고 싶은 새들의 노래와 생명의 환희를 꽃피우는 찬란한 미소를 암시하는 나무들, 나부끼는 생명의
신비를 비 인칭의 언어로 노래하는 저 나무 한 그루가 무의식적 타자의 담론을 다양한 주체의 시선으로 응시하며 아주
살가운 목소리로 창조적 사랑에 대한 예술작품의 관심과 질문을 전달할 것이다.
귀를 기울이는 나무, 우리의 마음을 꽃피우고 열매를 완성해주는 나무, 꿈을 꾸고 기도하는 기다림의 나무, 응답하는 나무와
함께 김성은 작가의 그림은 그리움이 된다.
2024. 7. 15.
김 태 양 (화가, 시인,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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