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문득(聞得)_마음을 그릴 때 꼭 들어야 할 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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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규 민
어느 날 문득 16살 그때가 생각났다.
TV가이드 잡지 표지를 그렸고, 전영록을 그렸고,
송골매를 그렸다. 그리고 근사한 오토바이도 그렸다.
잘 보관해 둘걸...
지금은 사라진 추억들을 찾고 싶었다.
쉰이 넘어 찾은 나를 연필로 그렸다.
재료비 걱정이 없는 연필스케치를 선택했다.
잡념이 사라지는 신기함을 발견했다.
엉킨 실뭉치를 풀듯 연필을 따라가 보면 그곳이 쉴 곳이다.
연필을 깎고 연필심을 다듬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종이 위를 사뿐히 걷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바삐 걷기도 한다.
때로는 숨차게 달리기도 한다.
사각거리는 연필 발소리가 정겹다.
소나무를 그리며 우뚝 서리라 다짐했다.
늘 푸른 소나무가 되리라.
오늘도 사각거리는 연필을 데리고 다닐 생각에 달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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