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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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TEZ KIM 작가의 Banana Boy–Homage to Banksy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BANANA BOY-HOMAGE TO BANKSY_Reinforced Plaster_29x25x9cm_2019
조형아트 서울(PLAS 2020/2020.6.17.-6.21./ 이 작품은 2D의 흑백 만화가 3D 입체로 환원된 듯 일 수도 있다.
COEX)에서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그 단순 명쾌하 이 보인다. SNS(@tez_nobody)에 업로드한 2D
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TEZ 드로잉은 회화적 표현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2D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달라.
KIM(김태수) 작가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로잉과 3D 입체와는 어떤 관계로 작업하는가? 소속인 김현주 갤러리에서 온라인 전시를 기획 중
그것은 3D 페인팅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3D 이고, KIAF(2020.9.24.~9.27./COEX)와 URBAN
본인 소개를 해달라. 모델링 작업을 할 때 컴퓨터상에서 입체화된 조각 BREAK ARTASIA(2020.11.12.~11.15./COEX)에
홍익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미국 Rhode Island 위에 타블렛을 이용해 그림 그린 뒤 색칠한다. 실 참여할 예정이다. 당분간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머
School of Design(RISD)에서 산업디자인을 전 제 조각에 페인팅하듯 이를 컴퓨터상으로 한다고 릿속 상상들을 계속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게 될
공했다. 학부 졸업장이 2개이다. <A Boy on the 보면 된다. 이렇게 입체 오브제 위에 칠한 페인팅 듯하다.
Street> 시리즈를 보면 공예와 디자인, 한국과 미 을 컴퓨터는 2D의 평면 이미지로 보관한다. 그렇
국의 문화가 혼재된 나의 정체성이 보이는 것 같 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액자에 걸면 그 작가는 평소에 동경하거나 또는 회복시키고자 하
다. 2013년 귀국 후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인 <3D 게 바로 평면 작업이 된다. 는 순수한 감정들, 즉, 추억, 바램, 위로, 장난, 말랑
스튜디오 MOA>를 설립했고, 조형예술 분야에서 말랑, 슬픔, 동심 등의 머릿속 이미지들에서 아이
이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작업하다 여기까지 오 팜플렛에는 제목이 <Hong Kong 2019>로 제시 디어를 얻어 이를 결과물로 형상화 시킨다고 한다.
게 되었다. 되어 있다. 벽을 매개로 전쟁에 맞서지만 총이나 그의 최신 작품 중에는 고래 등을 타고 바다를 모
폭탄 대신 꽃을 들었던 Banksy처럼 홍콩 시위에 험하는 소년의 형상(<소년과 바다>)도 있는데, 모
3D 프린터를 활용한 작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 대한 은유를 포함하는가? 두가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예전의 상상들을 끄집
었는가. 처음 제목은 그랬으나, 내가 하려고 하는 작업의 어내어 우리 앞에 3D로 내놓는다. 따뜻하고 때로
모든 작업은 컴퓨터 3D 모델링부터 출발하는데, 내용이 그렇게 직접적인 사건을 말하려던 것은 아 는 비밀스러운 어린 시절 기억 한 켠의 흑백 만화
이것이 나한테는 일종의 스케치이자 정밀 도면이 니었기에 나중에 바꿨다. 홍콩에 판매하려 했지 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소년 시리즈에서, 소년이
다. 컴퓨터로 작업한 3D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넘 만 코로나19 때문에 홍콩에 가기가 어려워진 이 지만 어리지 않고 혼자이지만 외로워하지 않는 소
기면 가상의 데이터로 존재하던 작업이 몇 시간 후 유도 있을 듯하다(웃음). 홍콩 시위에 대한 은유라 년이 자신의 꿈을 찾아 분연히 맞서는 그런 느낌
눈앞에 재현되는데,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기보다는 ‘불합리에 대한 저항’의 형상화라고 보 이 좋아서 인상적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석공을 조수로 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직접 는 게 더 적절하다. Banksy가 말하고 싶었던 것 서 결국에는 이 소년이 ‘꿈을 찾아 행복하게 잘 살
하나하나 컴퓨터로 작업한 결과물이 한 치의 오차 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 았다’로 끝맺음하기를 기원하며 끝까지 지켜보고
도 없이 그대로 만들어진다. 이 방식은 내가 추구 한 팬아트로 볼 수도 있고, 불합리한 것을 참지 못 싶다. 이 소년이 마주할 세상이 아름답기를 바라며
하는 삶의 방식과 잘 들어맞아서 만족도도 높다. 하는 나 자신의 성격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것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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