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강신영 개인전 2024.10.16~11.3 여주시미술관 아트뮤지엄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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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론
연못 속에 담겨진 소우주
고충환 (2009)
조각가 강신영의 작업실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주변을 무고기는 그 나뭇잎으로 날개의 구멍을막아, 하늘 높이 날아오
군소 나무들이 감싸고 있는데, 그 나무들 중에는 한눈에도 수종 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이 오래된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있다. 연못에는 느티나무도, 하
늘도 다 들어와 있어서 그 자체가 마치 하나의 자족적인 세계며, 무슨 동화 같은 이 이야기는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다. 아마도 평
소우주 같다. 소 자연을 지척에 두고 작업을 해오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발상
에다가 살을 덧붙여 꾸며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자체 터
그 작은 세계 속엔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물 위에 부유하거나 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데, 현재상황을 빌미로 자신의 유년시절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데, 나무가 자신의 생리를 스스로 조절하 의 추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현재가 과거를 되불러내는 단서와
면서 떨쳐낸 죽은 나뭇가지며, 나뭇잎들이다. 그 물속엔 이렇게 계기로서 작용한 것이며, 현재 속에 오롯이 보존되고 있었던 과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온 나뭇잎들과, 그 생긴 모양새가 나뭇잎 거를 되불러낸 것이다. 자연이 작가의 현재와 과거의 단절되어
처럼 유선형으로 생긴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죽은 나뭇잎이 졌던 끈을 연결시켜준 매개로서 작용한 것이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닮았다. 살아있는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유유
자적하며 거침이 없다. 죽은 나뭇잎들은 물고기들의 유유자적이 그러나 자연이 지척에 있다고 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고
부럽고, 저들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마침, 근처에 죽 해서 자연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의식
은 나뭇가지도 있는 터여서, 나뭇잎들은 그 나뭇가지를 몸통 삼 이다. 의식이 없으면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듣지 못한다.
아 하나둘씩 들러붙어 물고기 형상을 만든다. 나무이면서, 동시 의식은 그 자체 목적 지향적이어서 자신이 겨냥하는 것을 보고,
에 물고기이기도 한, 나무고기가 된 것이다. 이제, 그 나무고기들 다른 것을 간과하고 배제하는 경향성이 있다. 의식마저도, 아니,
도 물고기들처럼 물속에서 유유자적할수 있게 되었다. 의식이야말로 경제적인 법칙을 적용받는다고나 할까.
그런데, 고향이 그립다. 하지만, 물 밖에서는 물속에서와는 다르 여하튼, 작가의 근작의 핵심은 자연 속에서 세계를 보고, 우주를
게 다리가 있어야 걸을 수가 있다. 그래서 또 다시 나뭇가지들 보고, 자신을 보고, 존재를 본다는 점에서 자연과 문명과의 관계
을 얼기설기 덧붙여 다리를 만들었다. 이렇게 나무고기들은 물 를 재고하게 하고, 자연의 본성에 눈뜨게 한다. 그리고 그 자연을
속에서도 유유자적할 수가 있고, 물 밖에서도 걸어 다닐 수가 있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과의 단절되어졌던 끈을 이어주고 복
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나와 보니, 엄마(느티나무)가 그 원시켜주는 계기로서 인식한다는 점에서 자기반성적인 경향성
립다. 하지만 엄마의 키가 너무 높아서 가 닿을 수가 없다. 그래 을 엿보게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근작을 특징짓는 핵심은 남다
서 비교적 큰 나뭇잎을 몸통에 붙여 날개를 만들어보았지만, 잎 른 발상에 있는데, 실제서사와 허구적 서사를, 경험에서 유래한
맥만 앙상한 그 나뭇잎 날개로는 바람의 힘을 받을 수도 날 수도 현실인식과 상상력을 씨실과 날실 삼아 긴밀하게 직조해내는 특
없다. 그리고 유의 이야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 전부
를 지켜보던 그렇다고 상상력을 현실인식과는 배치되는, 현실성을 결여한 순
엄마가 잎살 수한 허구로 볼 일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현실인식이 경험에 바
이 멀쩡한 나 탕을 둔 것만큼이나, 상상력 역시 현실경험이 없다면 나와질 수
뭇잎 몇 장을 있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작가는 현재의 자연(혹은 자연의
떨어트려 주 식)을 매개로 해서 과거의 자연을 되불러내고, 유년시절의 추억
고, 마침내 나 을 되불러내고, 그렇게 과거 속의 자연과 더불어 추억을 만들었
나무물고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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