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강신영 개인전 2024.10.16~11.3 여주시미술관 아트뮤지엄 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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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가
           노  트





              쇠로 만든 나무



              느티나무 옆에 둥지 틀기
              DMZ를 품고 있는 강원도 양구 산촌에서 태어난 나는 시골과 자연을 좋아한다. 주변의 산과 물은 어린 시절

              의 놀이터였고 고향 집 앞에 있던 대장간과 제방 옆 서낭나무에 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교부
              터 고향을 떠나 춘천에서 생활했고 사회생활의 첫발은 1989년 경기도 이천에서 시작되었다.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작업실을 찾던 중 여주시 북내면 석우리에 150살 가까이 된 느티나무와 연못이 있는 공간과 인연

              을 맺었다. 25년 동안 작업을 했으며 지금은 그곳과 멀지 않은 산 중턱에 새로운 둥지를 틀어 작업한지 7년
              이 흘렀다.


              철의 기억
              자르고 달구고 두드리고 용접하며 만들어지는 금속의 물질감은 빛과 반응하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금속

              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기억들 때문일 것이다. 70년대 초 고철은 귀한 몸
              이었고 특히 비철금속인 신주(탄피의 주성분)는 맑은 쇠라고 하며 몇 배나 더 비쌌다. 동네 형들을 따라다
              니며 땅속에서 캐거나 줍던 탄피의 누렇고 푸르슴한 금속성이 어린 눈에 아름다워 보였던 것 같다. 고향 집

              앞에는 대장간이 있었고 대장장이 아저씨의 일하는 모습은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쇠를 가지고 뚝딱거리면
              호미나 낫이 만들어졌다. 특히 나무 자루를 박을 때 피어나는 메케한 연기는 어두운 대장간 안을 환상적으
              로 만들기도 했다.


              철조의 시작

              초기작업은 인간과 자연환경에 관한 관심이 표현되었다.
              “동행목”은 연필을 깎듯 조각되어 서 있는 나무속에 웅크리고 앉
              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거꾸로 자리 잡고 있는 작품이다. 파괴된 환

              경 뒤에 위협받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 뒤 현대
              적인 작업에 목말라하던 나는 석우리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용
              접기를 준비하고 대장간 시설을 만들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
              치면서 철조가 시작되었다. 몇 년을 거쳐 다양한 실험을 하였고
              10여 년 근무했던 교직을 떠나면서 전업 작가의 고단한 생이 시작

              되었다.


                                                          동행목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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