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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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둥지(Nest), 14x6x34cm, 대리석, 유리, 2020 둥지(Nest), 25x20x65cm, 대리석, 유리, 2021
을 두고 있는 작품은 고도의 형식미를 탐구해온 신고전주의적 미감과 통한다 느낌을 전하고 있지만, 작가 스스로 의도한 바에 따라 물질의 본성과 작용을
고 볼 수 있겠다.” 조형적 형태로 구축해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또한 돌과 유리라
는 두 재료의 개체적 결합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와 이미지에 주목하고
신재환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돌조각 작품을 선보여 왔다. 돌 작업은 게 있다. 더불어 ‘굳이 이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을 경계하고자 긴장
으름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즉흥성이나 우연한 결과도 기대할 수 없 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투자한 시간만큼만 작품의 완성도를 얻을 수 있다. 신
재환은 이러한 역경을 극복하고 20년 이상 돌을 소재로 한 수작업에 매진하고 돌과 유리는 시각적으로 너무나 다르지만, 형질적으로는 한 몸이다. 신재환은
있다. 돌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 한국 현대미술 석조각계의 대가인 전뢰진 작 이 둘의 조형적 결합을 흥미롭게 이끌어냈다. 20년 넘게 천착해온 돌조각의
가에게 6년 간 별도의 사사 기간을 거쳤다. 유리작업을 병행하기 위해서도 별 기본기를 바탕으로 2017년 이후부터는 유리조형과의 난해한 합치를 선보여
도의 관련 전공의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만큼 기초에 충실했던 과정은 고스 각광을 받고 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온갖 실험과 도전을 거쳐 새로운 영역
란히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말해주고 있다. 을 개척해냈다. 아마도 돌과 유리의 ‘인위적 부조화’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
례는 국내 처음일 것이다. 실제로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유리전문 갤러리의 호
가령 70cm 높이 크기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꼬박 두 달 이상의 공력을 들여야 평과 작품소장이 이어진 점도 그 반향일 것이다.
한다. 같은 돌이라도 수 많은 시간의 관찰과 고찰을 통해야만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돌과 함께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신재환의 정체성 찾기’를 어떤 작품이든 얻고 싶은 최상의 결과는 ‘작가와 작품의 이상적인 조우’일 것
실현한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밝고 어두운 돌의 원성에 특유의 투명함과 이다. 이로써 보는 이도 작품을 통해 ‘작가 내면의 나’ 혹은 ‘진정한 작가적 자
불투명함이 교차되는 유리 재질이 하나의 몸에서 이상적인 조화로움을 갖추 아’를 만나게 된다. 신재환 역시 인류 예술사에서 수만 년 이상 가장 오랜 시간,
기까지 각고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을 신 작가는 ‘인간의 이중성과 가장 많이 사용해온 돌이란 작품소재를 선택했음에도 ‘뻔히 짐작할 수 있는 돌
순수성의 변질이란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조각’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자신을 쉼 없이 단련해오고 있다. 그 결과 이질적
인 재료가 지닌 물성의 대비효과, 투명과 불투명 형질성의 조우, 자연적이고
“작품제목을 대개 〈그곳을 향하여>라고 한 것은 작품에 대한 진정한 탈바꿈 인공적인 색상의 교감 등이 합일된 작품을 완성해낸 것이다.
을 지향하는 작가적 발견을 위함이다. 돌과 유리는 서로 생명감 없이 차가운 (Mail : free7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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