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전시가이드 2021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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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2021. 12. 2 – 12. 16 갤러리UHM T.02-6677-5767, 후암동)
면의 구조나 형태에서 가치를 찾기보다는 상징적 은유, 추상화와 암시, 기능
永劫回歸 적 관점의 역설 등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분석단위들을 설정하고 각 단위 간에
박동찬•은희경展 조합되는 유기적 관계를 간파해 내는 것이다.
재현의 극복
박동찬 화백의 그림은 이 지점에 부합한다. 회화적 실험과 형태의 의미, 색채
의 탐구에 천착하는 박동찬은 현대 추상회화가 이룩한 다양한 기법과 표현방
글 : 이경모/미술평론가(예술학박사)
식을 운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를 반복적으로 입혀 화
면에 깊은 마티에르를 부과하여 앵포르멜 추상회화가 지닌 생명성을 탐색한
다. 면천 위에 색채가 겹쳐지며 소거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화면은 예기치 않
영겁과 찰나, 표현과 비표현의 원환운동 은 물성을 지닌 단색조 회화가 된다. 이때의 화면은 단순히 대상을 그리기 위
회화가 재현(representation)의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성이나 논리에 한 바탕이라기보다는 이미 강한 완성도를 지닌 추상회화로, 작가는 여기에 그
바탕을 둔 인식론적 접근이 아닌, 직관과 감각에서 비롯되는 존재론적 접근이 가 음악예술을 염두에 두고 차용한 음표와 음계 등의 형상들을 그려 넣고 있
필요하다. 이때 재현은 ‘표상(Vorstellung)’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함의한다. 다. 여기에 작가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혹은 비틀즈를 화제(畫題)로 제시함으
독일어의 표상이라는 단어를 보면, 그것은‘자기 앞에(vor) 세운다(stellen)’는 로써 발언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사적으로 부각시킨다.
의미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표상’활동이란 주체로서의 인
간이 존재자 혹은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 앞에 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화 이는 재현의 논리를 넘어서는 것으로써 그리는 작업이라기보다는 마치 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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