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전시가이드 2021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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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삼라만상 2020-9, 193X390cm 한지와 캔버스에 먹과 유채
이다. 먹은 수 백 년을 견디고, 유화는 최소 6개월은 되어야 완성이 되는 숙성 성분을 지닌 먹과 기름의 성분인 유채가 서로 만나면 형체의 변화가 생긴다.
된 감칠맛이 있다. 우리 고유의 먹에 유화물감의 오방색을 융합하여 우주의 질 즉 한지가 머금은 닥나무의 특성이 물과 기름을 만나면 살아나서 울퉁불퉁해
서와 기운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에 창의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고, 때로는 예상하지 않는 곳에서 솟아나온다. 나는 우주도 살아서 변화하
고 있는데, 한지 속의 닥나무도 숨을 쉬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
왜 우주인가? 게 되었다. 즉 한지 나름의 특성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살아서 꿈틀대고 있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살아 숨 쉬는 이 땅에서 피고 지는 온갖 는 우주의 한가운데서 닥나무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되어, 우주
들풀과 이야기하며 산다. 나는 해와 달과 별을 노래한다. 나는 우주를 사랑한 와 자연의 특성처럼 한지의 물성도 존중해주기로 했다.
다. 별은 나의 어머니요, 우주는 나의 아버지다. 우주를 가슴에 품고 꿈과 사
랑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우주 작품 구상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주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우주시대가 된 지금 약 138억 년 전에 하나의 점이 폭발(Big Bang)하여 빛이 만들어졌다 한다.
은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서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 동양철학은 우주변화의 근 그 중에 우리 태양계도 태어났다. 우주의 변두리인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
본을 깨우치고 이를 활용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선배들의 탐구 한 행성들이 만들어졌는데, 전체 우주차원에서 보면 티끌보다 작은 지구에 우
에 바탕을 두고 우주의 원리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주의 무한자원을 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크기는 얼마이고, 최초의 팽창이 시작한 우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의 활동영역은 지구를 떠나 달과 의 중심은 어디일까?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우주 밖에는 뭐가 있을까? 이 우
화성 및 다른 별들로 무한히 확대될 것이다. 주는 누가 만든 것일까? 우주에 어떤 생명체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이 우주
속의 별들은 언제 소멸하고 다시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는 화가의 상상력을
우리 인간에게 미래의 우주는 ‘희망’의 영역이다. 우주시대의 시대정신(Zeit- 동원해 작품 ‘우주’를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한 발짝 접근을 시도해볼 것이다.
geist)은 ‘도전’, ‘개척’, ‘사랑’, ‘융합’이 될 것이다. 우리는 도전정신을 갖고 우
주를 개척해나가야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우 우주는 시간과 공간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다. 동양철학과 불
리 서로의 삶을 발전적으로 융합해야 한다. 나는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티끌 교에서 말하는 우주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삼라만상에는 우리가 사는
보다 작은 존재로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이 우주의 무한 존재와 함께 대화하고 지구뿐만이 아니라 우주에서 생기는 모든 현상이 포함된다. 원시시대부터 우
살아야만 공생,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해와 달 그리고 별 등 우주가 리 선배 화가들은 삼라만상 중 조그만 한 부분씩을 그림으로 그려왔다. 그림
우리 인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 이번 그림은 우 의 표현과정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모습과 삶의 현장을
주에 뿌리를 둔 존재에 대한 오랜 번민과 탐구의 결과물이다. 표현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주시대를 사는 화가로서 나는 대상을 우주
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
물성의 활용
물질에는 물성이라는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나는 캔버스도 가끔 사용하지만, 우리 인간은 문명이 탄생한 고대 이래, 수많은 신화를 만들고 과학이론을 전개
주로 먹을 잘 머금으면서도 유채가 스며들어 아름다운 형체를 유지할 수 있도 하며 자신들의 우주관을 발전시켜왔다. 대부분은 우주형태에 관한 것만이 아
록 두꺼운 한지를 사용한다. 한지는 캔버스 천에 비해 흡수성과 내구성이 강 니라, 우주의 시작에 대한 추론, 초자연적인 신과의 관계, 그중에서 인간의 위
하다. 캔버스 천은 표면적인 흡수를 하지만, 한지는 숨을 쉬며 깊이 있게 빨아 치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
들인다. 그런데 한지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한지가 지닌 물질의 특성상 물의 인간은 우주를 향한 꿈을 갖고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한 발 더 다가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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