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전시가이드 2021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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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만다라 - Blue 116.7x91.0cm Oil on canvas 2021 만다라 - Blue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1
2021. 6. 9 – 6. 14 인사아트센터 3층 G&J갤러리 (T.02-725-0040, 인사동)
필자는 작가의 ‘나무와 까마귀의 변주’ 시절에 지인들과 함께 전남 곡성에 있
는 그의 작업실 ‘김갑진갤러리’와 그의 아우가 운영하는 ‘시사교육박물관 로
제’에 들러 신화와 원시성에 대하여 밤늦도록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신비
김갑진 개인전 하게도 이튿날 그의 안내에 따라 동리산 태안사에 들렀는데, 선원 주련 중에
김갑진 작가의 작업 세계를 대변하는 값진 구절이 번개처럼 눈에 들어왔다.
一粒粟中藏世界(일립속중장세계) 낟알 좁쌀 속에는 온 세계를 감추고
글 : 권상호 (문예평론가, 문학박사)
半升鐺裏煮山川(반승쟁리자산천) 반 되들이 솥에는 산천을 넣어 삶는다.
작가 김갑진은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 화가이다. 전업 작가의 길을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갤러리의 밤엔 하늘의 별이 꽃밭을 이루고 있었고,
선택한 이래 끊임없는 독서와 명상을 통한 구도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 갤러리의 낮엔 너른 마당의 꽃들이 별밭을 이루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다. 신
까지의 전시 타이틀을 보면 자기실현으로 가는 이정표와도 같다. 그 이정표의 비로운 천지의 조화가 하모니를 이루며 빛선과 소리선으로 사정없이 그의 화
키워드를 살펴보면 초창기에는 ‘벽(碧)’ ‘현(玄)’ ‘황(黃)’ 등의 깊이 있는 색채에 폭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우주의 씨앗인 빛과 소리가 그의 화면 위에서 서로
대해 치열하게 탐구했다. ‘까마귀’를 통하여 기록되지 않은 신화를 들려주기도 만나 오묘하게 씨앗으로 뿌려지고 작품으로 영그는 것이었다. 당시 그가 읽고
하고, 때론 깊은 사색에 빠져 ‘존재(存在)’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기도 하더니, 있던 책은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과 <지식의 대통합 통섭>이었다. 그윽
급기야 규정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사고의 카오스에 빠져들어 ‘침류(沈流)’ 또는 한 시골에서 고독과 자신의 그림자를 벗 삼아 화가로 살아가는 그였지만 시대
‘회닉(晦匿)’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근년에는 ‘물지정 흐름을 직시하고 현실을 꿰뚫어 보는 깨어있는 작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物之情)’을 모색하며 사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더니, 이번에는 ‘만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만다라(曼陀羅)이다. 작가는 만다라 작업을 통하여 우주
라 블루’라는 새로운 화두를 세상에 던지고 나왔다. 생성의 본질을 캐고 있다. 그의 우주 탐색 도구는 언제나 빛이다. 그 빛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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