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4년 1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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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세상을 품다, 156.0×130.0cm, Mixed media, 2024
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다. 작가는 이러한 상식적인 물음조차 허용하 있다. 달항아리의 공식 학명은 백자대호(白瓷大壺)이다, 달항아리라는 정겨운
지 않았다. 부조 같은 회화가 아니라, 평면을 고수하면서도 ‘얇디얇은 빙렬의 이름을 붙인 이는 앞서 비균제성을 언급한 고유섭 선생이다. 하이얀 자기(磁
미감’을 자신만의 시그니쳐로 부각시킨 것이다. 실제 작가의 작품을 만져보면 器: 사기 그릇)이 달을 품었다는 의미다. 무광무색(無光無色)의 순수로 느껴지
표면이 도자기와 같은 느낌을 준다. 조선 도공이 제작한 50센치 전후의 달항 지만, 모양새와 색감이 같은 달항아리는 단 한 개도 없다. 미술사학자 김원룡(
아리는 실패율이 높아 실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김 三佛 金元龍, 1922~1993)은 달항아리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 “원은 둥글지 않
선 작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딛고 나온 ‘빙렬 고 면은 고르지 않으나, 물레 돌리다 보니 그리되었고, 바닥이 뒤뚱거리나 뭘
드로잉(split drawing)’을 감각으로 연결한 작품들, 자신의 한계성을 인지하고 좀 괴어 놓으면 넘어지지 않을 게 아니오. 조선백자에는 허식이 없고 산수와
깨달은 철저한 노동은 이제 작가에게 달항아리가 시대를 넘나드는 자유의 상 같은 자연이 있기에….” 달항아리에 담긴 무심(無心)의 미학은 비틀린 비대칭
징임을 확인시켜 준다. 과 만나 21세기의 풍요와 맞닿는 것이다.
비균제와 균제의 조화, 달항아리가 주는 풍요 김선의 달항아리에 있는 유백색의 뉘앙스는 크게는 다섯에서 좁게는 셀수 없
을 만큼의 다양한 뉘앙스로 우리와 만난다. 실제 수려한 곡선과 아름다운 유
넉넉한 가을의 풍요를 닮은 김선의 달항아리, 보름달과 닮았지만 완전한 구형 백색을 지닌 달항아리는 평균 45~55센치 사이를 빼어난 수작으로 말한다. 조
이 아닌 그 자연스러운 비대칭은 ‘개성어린 오늘의 풍요’와 닮았다. 이른바 비 선 도공의 달항아리를 소유할 수 없다면, 작가의 현대화된 균형 미감을 풍요
균제성. 이는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又玄 高裕燮, 1905~1944)이 한국미의 의 에너지 속에서 소장해 보는 것이 어떨까. 김선의 달항아리는 빙렬감각을
정접으로 꼽은 요소 중 하나로, 정확하지 않아 더욱 매력넘치는 한국 특유의 우리의 인생 드로잉처럼 새겨넣은 ‘백색 미감의 세련된 조화’가 아닐까 한다.
미감을 보여준다. 얼핏 보기에 찌그러진 듯 보이는 김선의 달항아리는 정제된 만인(滿人)을 비추는 만추(晩秋)의 감각 속에서 달빛처럼 넉넉하고 귀한 ‘김선
빙렬의 시선을 담아 자유와 안정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작가의 비균제가 그 의 달항아리’와 만나기 바란다.
럼에도 균형감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달항아리’가 가진 본체의 여유 때문일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대표 브랜딩으로 손꼽히는 달항아리는 상당히 많은 작 김선 작가의 작품은 gallery NOW에서 11월 2일부터, 30일까지 만나볼 수
가들이 선택한 소재이다. 하지만 다양한 달항아리 작가들과 차별성을 둔 김선 있다.
의 작업은 조선백자가 가진 균제성을 작가의 노동으로 연결해서 더욱 가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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