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4년 1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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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덕수궁 덕홍전 전경
천장 단청, 반자초(斑子草) 자대가 서로 직교하는 중심부인 종다라니에는 화려하게 연화나 주화 문양
을 넣고 십자 방향으로 녹화초와 늘휘 등을 넣은 후 먹분긋기 또는 색긋기
로 마감한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빗반자에는 벽화를 그려 넣는 경우가 많으며, 순각반자에는 대체로 가칠로 마
감을 하지만 운문이나 초엽문 등을 넣기도 한다.
천장(天障)은 보통 반자라고도 부르는데 지붕틀을 보이지 않게 하면서 외부로 서양의 천장화는 그리스도교 초기나 비잔틴 시대에 걸쳐 대부분 모자이크이
부터 열이나 빛, 소음 등을 막는 역할과 장식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한자로 었으나 중세 고딕의 말기에 이탈리아의 지오토(Giotto di Bondone, 1266년경
쓸 때는 천장이라 하고, 한글로 쓸 때는 한자에서 차음하여 반자(斑子)라고 한 ~1337년)를 비롯한 많은 프레스코 화가들이 등장하였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다. 때로는 천정(天井)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로 우물 정(井)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년)의 시스티나 성당의 구
자 형태의 우물천장을 말하는 것이다. 약성경 내용을 그린 <천지창조>라는 천장화를 비롯하여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년)의 바티칸궁전의 천정화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탈리아
천장은 보통 널쪽을 길게 댄 평반자나 반자틀을 정(井) 자 모양으로 짠 우물 르네상스 전성기에는 천장의 대천개(大天蓋, Baldacchino)에 하늘로 뚫고 올
반자가 많이 쓰이는데 때로는 지붕 밑면의 경사에 맞추어 비스듬히 댄 빗반 라가는 듯한 환각적 효과를 내는 기법이 성행하였다.
자도 있으며, 반자를 대지 않고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연등천장(椽燈天障)
도 있다. 반면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의 고도(古都) 사마르칸트에 있는 샤
그래서 단청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천장에 그린 단 히진다(Shakhi-Zinda) 영묘라는 이슬람 건축의 천장화에서는 우리 단청과
청을 반자초라고 하여 대개 반자청판에 그려진 것을 지칭하며 반자틀인 장귀 의 유사점을 찾아 볼 수 있다. 1403년에 지어졌다는데 천장에 그려진 천장
틀과 동귀틀에 그려진 것을 따로 종다라니초라고 부른다. 반자초에는 연화 문 화는 마치 우리 사찰의 꽃살문에 쓰인 꽃문양과 너무도 닮은 꼴이어서 친근
양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궁궐에서는 용이나 봉황, 길상문을, 사찰에서는 만 한 느낌을 준다.
다라를 그려 넣기도 한다. 종다라니초에는 반자틀이 서로 십자로 만나는 교차
점에 대체로 꽃문양이 많이 쓰인다. 우리나라 궁궐과 사찰의 천장화를 살펴 보면 경복궁 집옥재(集玉齋)의 천장화
는 궁궐 건물에 걸맞게 우물반자에 화려한 단청을 하고 세 개의 감입천장(嵌
평반자는 성곽의 홍예문 등에 주로 쓰이는데 청룡, 백호, 현무, 주작의 사신(四 入天障)으로 장엄을 하였다. 가운데 감입에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용을, 양
神)이나 용, 봉황, 거북, 기린의 사령(四靈)을 그려 넣기도 하고, 누정 등에는 화 쪽의 감입에는 봉황을 단청 채색하여 그려 넣었다. 우물반자에는 다른 전각에
초문이나 운학 등을 그려 넣기도 한다. 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상으로서 작은 날개를 달고 있는 상상 속의 상서로운
우물반자의 경우 청판에는 연꽃이나 모란 등 여러 종류의 꽃 문양들과 용, 봉 짐승인 기룡(夔龍)과 기봉(夔鳳)이란 중국 고대의 무늬를 천장에 그려 넣었을
황, 운학, 수복문, 범자진언 등으로 화려하게 장엄하며, 다라니라고 부르는 반 뿐만 아니라 포벽, 머리초의 계풍, 궁창, 낙양 등에도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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