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4년 1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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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락_스펀지락 2020_수집된 플라스틱, 종이 판넬에 연필 드로잉_41×32㎝_2020



            검은 화산재 아래 묻혀 있던 물건을 발굴해내는 사료 현장처럼 디스플레이를        (불)연속성의 형태를 검토 및 공유하는 ‘번역’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하였다. 여
            해서 신선함을 안겨준 바 있다. 폐기물을 가져와 전시한다는 점에서는 정재철       기에서의 필연적 공존은 이러한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다. 비평가
            (한국/1959-2020)의 <블루오션 프로젝트>(2013-2020/2021년 재설치) ‘크라  고동연은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4)에서 새로운 물질의 발견보다는 새로
            켄의 자락’이 연상되기도 한다. 바다에 떠도는 폐기물을 어렵게 수거하여 갤러      운 관계에 따른 ‘분류’에 주목한다. 비평가 최정은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리로 끌고 와서 보여주는 아인드(Maarten vanden Eynde/벨기에/1977-)의 <  이 바로 이 ‘뉴 락’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
            플라스틱 산호초>(2008-2013), 플라스틱 부유물을 장식인양 스노우볼로 만    을 관람객과 서로 공유하고자 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종합해볼 때
            든 <집에서 1000마일 떨어진>(2009-2013)은 또 어떤가! 이러한 생태계에 대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아주 기초적이
            한 경고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국가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리투아        고 기본적인 작가의 일반적 의도 외에도 작가적 관점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
            니아 국가관 전시 <해와 바다(마리나)>(2019)(예술감독: Lucia Pietroiusti,   해 내려는 작가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력, 직접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는
            미술가: Rugilė Barzdžiukaitė, Vaiva Grainytė, Lina Lapelytė)에서도 반복된  과학자적인 실험적 자세가 미술 표현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본을 이루는지를
            다. 그들은 인간이 목적을 가지고 사용한 물건이 더 이상 그 목적과 기능을 상     비평가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잘 캐치해서 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
            실할 때 시체와도 같은 모습에 주목하며 경고한다. 그런데 장한나 작가의 폐       술가의 이러한 집요함은 2023년 극저온 실리콘(Si) 금속에서 새로운 ‘양자 역
            기물은 그중에서도 결과적으로 제일 충격적이다.                       학성 물질’을 발견한 과학자들이나, 2024년 새로운 물질상이 형성되는 과정
                                                            을 세계 최초로 관측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우주극한측정그룹의 끈
            비평가 박은경은 <A sonnet for the earth>(성남큐브미술관, 2024)에서 작  질긴 과학적 연구 자세와 동등하다. 과학에서의 이러한 실험들은 결과로 말해
            가를 ‘뉴 락을 연구하는 환경 예술가’라 칭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조       야 하지만 미술에서의 이러한 실험은 그 개념과 그 의도, 그 신념, 그 계획, 그
            건 박사는 <아티언스(Artience) 대전>(2023)에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마주  과정 자체로 감상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으며 그것은 커다란 미술적 의미
            하게 된 ‘신자연’을 언급한 바 있다. 비평가 전민지는 부리요(Nicolas Bour-  를 지닌다. 그렇게 작가가 이 지구에서 발견한 ‘오브제’(objet)인 ‘발견된 오브
            riaud/프랑스/1965-)를 빌어 이 시대의 미술 작업에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   제’(found objet) ‘뉴 락’은 미술품으로 환생하여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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