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4년 1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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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구름타고 훨훨.혼합토.25×16×29.2024
민속해학(民俗解學)의 ‘생명·숨·영혼’
젖을 먹였다 하여 영웅의 보호자이며 창업의 조력자로 부각되기도 하였다. 호
현대도예가 양 수 연 랑이의 털가죽을 신행 때 신부의 가마 위에 덮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호랑이
가 지닌 벽사적 의미에서 실시되었던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 혹시 인간
의 즐거움을 시기한 잡귀가 새색시를 넘보기라도 할까 미리 잡귀의 범접을
글 : 김재덕(미술컬럼니스트. 아트팜갤러리 관장) 막고자 한 의도의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당시의 장식품 중 호랑이의 발톱으
로 노리개를 만들어 부녀자들이 패용한 데에서도 그러한 의미가 있었음이 나
타난다. 또한 단옷날에는 궁중에서 쑥으로 호랑이를 만들어 신하에게 하사하
우리네 조상들은 호랑이를 범이라고 불렀으며 산신령(山神靈)·산군(山君)으 는 풍속도 있었다.
로 섬기었고 백두산 인근에서는 노야(老爺)·대부(大父)로 의인화하여 높이 여
겼다. 민속에 표현되는 호랑이는 인간의 효행을 돕거나 인간의 도움을 받으면 현대도예가 양수연작가는 민화에 해학적으로 표현되는 호랑이를 모티브로
은혜를 갚고, 성묘하는 효자를 등에 업고 실어 나르거나 시묘살이하는 효자를 흙으로 빚는 조형미를 천착하는 작가이다. 현대도예가로서 실용도자를 재생
지켜주고 은혜를 갚기 위해 좋은 묏자리를 찾아주기도 하는 등 선행의 의로 산하는 일상을 과감히 버리고 창작을 한다는 것은 많은 고심이 깊었으리라 본
운 기운이 있게 묘사되었다. 우리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매우 빈번하게 등장 다. 작가는 오랫동안 실용도자를 생산하고 판로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창작의
하는데 이것은 호랑이에게 삿[邪]되는(귀신을 물리치는) 신통함이 있다고 세계에 대한 관심을 쉽게 져버릴 수 없었기에 어느 순간 다가온 창작의 환경
믿었기 때문이다. 매년 정초가 되면 궁궐을 비롯하여 일반 민가에서도 호랑이 에 수긍하며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다.
의 그림을 그려 대문에 붙여 삿된 것의 침입을 막는 풍속이 있었다. ‘동국세시’
에서는 민가의 벽에 닭이나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재앙과 역병을 물리친다고 파주시 조리읍 지방도로의 한켠에 조용히 자리한 소박한 건물에 작가는 정착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벽사의 염원은 호랑이삼재부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하여 생활과 작업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붉은 벽돌을 휘감은 담쟁이가
삼재는 풍(風)·수(水)·화(火)에 의한 재난을 의미한다. 정초의 세화(歲畵)나 부 고풍스런 감성으로 노출되어 내부의 공간이 궁금한 행인들이 불쑥 들어오곤
적에 호랑이가 대표적으로 묘사되어 등장하게 된 이유는 호랑이의 용맹성을 해 일상의 캐미를 느낀다고 한다. 실상 작가의 스튜디오라기보다 오래된 카페
바탕으로 벽사행위의 완성을 꾀하려는 의도라고 보여 지며 민화에 자주 등장 처럼 그렇게 보여 지는게 사실이다.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부터
하는 까치와 호랑이의 그림도 길상적(吉祥的) 의미를 담고 있다. 가득한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도예품들이 흙으로 빚는 도예창작 공간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실용도자품들이 그동안의 작가의 고난했던 작업의 여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곰과 함께 사람이 되고자 하였으나 참을성이 정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 실용도자의 도열을 지나치면 근작으로 시도되는
부족하여 금기를 지키지 못해 실패했다. 이는 범 부족이 곰 부족에게 패한 것 호랑이 토우(土偶)들이 제각각의 표정으로 다음의 작업과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라는 해석이 있기도 한데, 삼국유사에 후백제의 견훤이 유아 때 호랑이가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란 한자 뜻으로 사람이나 동물, 사물과 같은 것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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