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4년 1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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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장한나 작가
지구에서 발견한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t)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뉴 락_스티로폼락 2020_수집된 플라스틱, 종이 판넬에 연필 드로잉_53×45.5㎝_2020
장한나 작가의 ‘뉴 락’(New Rock) 작품에 대한 인상과 감상은 다음의 다섯 단 라스틱으로 다다른다고 경고한다. 지금까지 잘 분리 배출되어 재활용되는 줄
계를 거친다. 첫째, 얼핏 보았을 때 흔히 보는 자연물인 줄 알았다. 둘째 그런 만 알았던 플라스틱은 이렇게 미세 플라스틱으로 혹은 자연물인듯 변형되어
데 알고 보니 버려진 합성고분자화합물인 플라스틱이었다(정확히는 플라스 버린 ‘뉴 락’의 형태로 또한 주변 환경에 반응하여 변신하는 카멜레온처럼 자
틱의 변종인 plastiglomerate, pyroplastics, plasticsphere, plasticrust, an- 신의 삶을 연장하기 위한 강한 생존본능으로 자연물과 유유상종(類類相從)하
thropoquinas, plastitar, plastistone, plasti quartzsandstone, plasticrock 며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감응(感應)을 통
complex, plasticoncrete, plastimetal, plastisessiles 등이다). 셋째, 풍화작 한 형태의 진화(進化)는 이렇게 무생물에도 나타나는데, 이는 그만큼 환경 조
용을 거치면 플라스틱도 암석화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넷째, 새로운 물질인 ‘ 건이 중요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어떤 환경에 놓이는가에 따라 대부분의 것들
뉴 락’이 자연환경과 이질감 없이 썩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하며 소름끼쳐 은 주위의 것들을 닮아간다. 이것은 인간 삶에서도 여전히 작용하며 잠식한다.
한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구석기 시대 유물 발굴 목록처럼 정성스레 배열되
어 있어 귀한 보물을 영접하듯 집중하며 감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를 뒤덮는 폐기물은 비단 플라스틱만이 아니다. 인간이 쓰고 버린 지구
작가가 발견한 ‘오브제’(objet)인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t) ‘뉴 락’은 미술 폐기물을 끊임없이 수거 처리해야 하는 WALL-E(Pixar animation, 2008)처
품으로 거듭난다. 럼 폐기물은 지속적으로 쌓여간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더라도 인간보다 더 오
랫동안 썩지 않고 지구에 남아 있을 쓰레기에 대한 우려는 동시대 미술가들을
생각해보니 플라스틱은 우리 삶에 귀신같이 돌아오는 회귀성을 지녔다. ‘플 자극해왔다. 아샴(Daniel Arsham/미국/1980-)은 그 자신의 미학적 세계관인
라스틱의 재활용은 사기극’(유투권 기자, YTN, 2024.10.7.)에서 지적하길, 전 상상의 고고학에 바탕을 둔 <서울 3024-발굴된 미래>에서 오브제 시리즈와
세계적으로 1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9% 동명의 영화와 유물 발굴 현장을 재현한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 바 있는데,
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방치되어 떠돌다가 결국은 우리 몸에 미세 플 지금 이 시점에는 존재하지만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될 물건을 석고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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