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4년 11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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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달항아리-세상을 품다, 53.0 ×45.5cm, Mixed media, 2024




        빙렬(氷裂), 마음새-몸새-이음새                              마음의 결, 빙렬 드로잉
        김선 작가                                           미세한 뉘앙스를 가진 모두 다른 달항아리, 실제 김선 작가의 작품들은 다 비
                                                        슷해 보여도 같은 형태와 색이 단 하나도 없다. 달항아리에서 풍요의 심상
                                                        을 표현한다는 작가는 10여 년 이상을 실제 달항아리와 유사한 평면성을 연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구하기 위해 매진했다. 빙렬감각(氷裂感覺)을 강조한 이유는 달항아리를 ‘마
                                                        음새-몸새-이음새’로 연결해온 작가의 투철한 태도를 감각적으로 느껴야 비
        “내 그림은 반드시 보아야 진가(眞價; 참된 가치)를 알 수 있다. 도공(陶工)의   로소 ‘달항아리 보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빙렬의 크기 역시 아래에서 위로
        마음 결을 평면 회화로 표현하기 위해 물성과 일체 된 십 여년의 시간을 보냈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이른바 시각효과, 미켈란젤로가 시대의 역작 <다비드
        기 때문이다. 나의 달항아리는 달처럼 둥글어지는, 달항아리와 하나 되는 물       상(david, 아카데미아 미술관 소장)>을 제작할 때, 2미터가 넘는 조각의 시각
        아일체적(物我一體)적 감각이다.” - 김선 인터뷰 중에서                 효과를 고려해 머리를 더 크게 제작한 것과 같은 논리다. 달항아리의 안정적
                                                        시야 확보를 위해 좁은 굽 위로 펼쳐낸 빙렬은 두텁고 크게 시작해 비대칭의
        백자 달항아리를 평면 캔버스 위에 담백하고 순수하게 재현한 김선 작가는 <       중심부를 관통하면서 점차 작아진다. 상단부는 작고 미세하게 그려내 ‘감각의
        달항아리의 꿈>을 소재로 옅은 회백색과 푸은 에너지를 머금은 영롱한 빛을        층위’에 다양성을 부여한 것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 구상성 있는 다양한 장르
        빙열 효과(섬세한 갈라짐) 속에서 극대화 시켜 왔다. 축적된 재료들의 혼합으      를 그렸지만 내내 허무한 감성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중 국립중앙박
        로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과학적인 재료학에 근거해 연구와 실천을 되        물관에서 본 달항아리는 ‘마음의 결’을 따스하게 채워주었고, 이때부터 시작
        새긴 결과다. 작가는 선조들의 정신세계까지 오롯이 ‘선과 형, 색과 빛’으로 표    된 자신만의 달항아리는 ‘실제 도공의 마음 결’을 좇아온 오랜 평면 실험의 결
        현하고자 한다.                                        과를 완성 시켰다. 도자를 평면화한 듯한 작업, 초기 달항아리는 요철(凹凸)이
                                                        지금보다 두터워 ‘실제 도자로 제작하느냐’ 혹은 ‘평면에 실제 도자를 붙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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