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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바람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거센 바람이 몰아치면
잎새는 떨고 가지는 휘어
나무는 쓰러질 듯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 뿌리를
더 깊은 어둠으로 밀어 넣습니다.
흙은 침묵의 손으로
뿌리마다 매달려
묵묵히 힘을 빚어 주고
꺾일 듯 한 가지마저
바람을 견디며 제 자리를 지켜
더 곧게 일어섭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단단한 나이테 하나가 새겨지고
그 결 위로 새싹이 돋으며
빛을 향해 뻗은 가지는
더 푸른 그늘을 펼쳐 내며
누구든 쉬어갈 자리를 내어줍니다.
바람은 그치지 않아도
뿌리 깊은 나무는
더 넉넉한 품을 키워 가고
강한 바람은
나무를 더 깊이
살게 하는 숨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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