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전시가이드 2024년 05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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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
                                                                           t1004@hanmail.ne
                                                                                         10-6313-
                                                                                     t  문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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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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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바보, 60.6x72.7cm, 캔버스에 오일, 오일스틱, 2023



            ‘혼인의 이벤트(서울화랑)’ 그리고 2018년 일본 NIPAF(일본국제행위미술제)   는 바보가 아니다. 가끔씩 소재로 삼는 ‘너는 누구냐?’라든지 ‘아름다운 그녀’
            에서 행했던 ‘I LOVE YOU, I HATE YOU!'와 같은 행위들은 일상의 행위와 미  역시 상대의 정체성을 묻거나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것이 아니다. 부모미생전
            술 안에서의 행위가 다르지 않다는 것과 예술의 전위성이 지극히 일상적인         (父母未生前)의 당신이 누구냐 하는 물음이 깔려있는 것이기도 하고 전혀 아
            것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혼인의 이벤트에서 신랑 신부가 평상복        름다운 모습이 아니지만 그토록 아름답다는 역설을 표현한다.
            을 입고 금강경과 라디오 팝송 등이 어우러져 들리는 가운데 각각의 일들(드        회화적으로 ‘I LOVE YOU, I HATE YOU!'를 그리는 경우도 인간의 정서 밑바
            로잉, 글씨 등)을 하다가 녹음기의 명령에 의해 3분간의 키스로 마무리하는       닥에 있는 사랑과 미움의 감정에 대하여 질문한다. 사랑은 무엇이고 미움은
            과정은 곧 이 일상과 예술의 일이 곧 불교적 깨달음의 열린 세계와 다를 바       무엇이냐? 같은 마음인데 왜 사랑과 미움으로 갈라지고 있느냐? 인생의 드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라마틱한 굴곡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지 않은가? 이로부터 초연해질
                                                            수는 없는가?
            일본 교토에서 행해졌던 ‘I LOVE YOU, I HATE YOU!'는 미얀마에서 온 여성작   장석원이 구사하는 색채는 색채학적 분류로 가늠할 수 없는 오방색이 주류를
            가의 허락을 얻어 먼저 이 여성 작가가 관객 앞에서 옷을 하나씩 차례대로 천      이룬다. 그러므로 그의 감성과 관계되는 색채는 동양의 사유적 성향을 드러낸
            천히 벗어 전라가 된 다음에는 관객을 차분하게 응시 하다가 벽 쪽으로 뒤돌       다. 불교의 단청 색깔 역시 오방색에 근거한 사유적 철학을 담고 있다. 깨달음
            아서면 그때 본인이 나가 등 쪽에 손가락으로 ’I LOVE YOU' 또는 ‘I HATE YOU'  에 의해 개안이 될 때에 현실적 사안들이 문득 가벼워지는 느낌을 알고 있다.
            를 쓰는 행위였다. 옷을 천천히 벗어 관객을 잠시 응시하는 것은 당당한 여성      바람처럼 가볍게 스쳐가듯, 현실의 무게를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는 깨달음의
            성을 말하는 것이고, 뒤돌아선 등에 ’I LOVE YOU' 또는 ‘I HATE YOU'를 쓰는   세계, 그것은 무심한 듯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자리가 아닐까?
            것은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가장 격렬한 감정의 단서를 쓰는 행위였다. 모
            든 인간의 삶의 굴곡은 그 양단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작가 장석원은 전북 김제 출생으로 1975년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했고, 1977년 동 대학원 졸업했다. 1983년 공간사 편집장, 1984년 전남대 교
            2017년도 이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장석원의 회화성은 여전히       수, 1995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2000년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
            불교의 선 사상과 현대미술의 파격성이 가미한 독자성을 드러낸다. 그것은 깨       실장, 2004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2014년 전북도립미술관장 등을 역임
            달음의 세계와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고, 현실의 모순을 타개하는 정       했다. 저서로는 평론집 ‘소통의 비밀’, 미술 에세이집 ‘아름다운 착각(2014)’, ‘
            신적 행위로서의 통렬함을 끌어내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가 그리는 바보       순간과 영혼(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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