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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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심안여해(心安如海)의 꿈
몇 해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는 장소영이 그동안 제작해 온 이 뜻밖이다. ‘심안여해’. 바다와 같이 평안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무슨 세파를
페인팅 작품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한다고 연구실로 찾아왔다. 예술대학원 겪으며 살아왔기에 도전과 실험의 청년기에 평안이라는 화두를 마음에 품게
의 디자인 전공자로 평소 그녀의 조용하면서도 성숙한 성품을 어느 정도 알 되었는가 생각이 들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이 말은 부처의 설법을 듣고 깨달
고 있는 터라 반갑게 맞이했으나 서문을 요청하므로 평론가로서 작가와의 인 음을 얻어 이르게 된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평
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현역 메이 정심(平靜心)의 세계라 할까. 그러고 보니 장소영의 작품은 자신의 심리적 상
크업 아티스트로서 장소영이 화가의 길을 동시에 걷는다는 것이 어떻게 이로 태를 드러내는데 초점이 주어져 있다. 작품의 제목은 대개 <무제(untitled)>
운가 하는 것이고, 가야 한다면 그 쉽지 않은 융합의 길을 어떻게 스스로 준비 로 되어 있으나 정작 작가는 자신이 화면에 표상하려는 세계가 환희, 낙관, 슬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서두를 것 없다는 나의 생각을 그녀와 공유 픔, 분노, 기쁨, 고요, 그리움 등 감정의 상태라 고백한다. 지난 두 번째 개인전
하게 되었고 두 번째 전시는 평론가의 의견 개진 없이 자신을 스스로 정리하 의 제목인 「감정의 물결」도 결국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그 속성에 대한 성
며 치룰 것을 권하였다. 그리고 차기 개인전에 기회가 주어지면 서문을 쓰기 찰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로 약조했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인사동 전시장을 방문해 작품도 둘러보았고
이 후 몇 차례 만나면서 작가의 창작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소영의 예술은 일상의 바다에서 생겨나고 사라지고 변화하는 것들을 오관
(五官)으로 받아드려 체화함으로써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일이다. 체화
세 번째 개인전에 선보일 신작들을 보기 위해 스튜디오 겸 생활공간을 방문했 하는 일이란 별빛을 보고 종소리를 듣고 꽃 향을 맡아 내가 별빛이 되고 내
을 때 화가로서 장소영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냐 물었다. 질문에 돌아온 답 가 종소리가 되고 내가 꽃이 된다는 것이다. 바람을 느끼거나 차를 마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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