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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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영의 기법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뉴욕에서 등장했던 드리핑기법에 작가 자신의 섬세하면서
시적인 정서를 덧입혀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실험하고 있다.
아울러 컨버스에 율동하고 있는 다양한 선들의 움직임은
물성이나 제스쳐의 차원을 넘어 그리움과 희망 같은
유토피아 세계로 보는 이들을 이끈다”
Untitled, 2019,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193.9 x 97cm Untitled, 2019,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50 x 72.7cm
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체화의 과정에서 피어나는 심리적 상태가 이른 지만, 이번 전시에 출품된 신작들은 여백을 강조하여 화면에 구성적 요소들은
바 순수한 감정인 것이다. 장소영의 작품은 일상에서 생멸변화(生滅變化)하 추가해 놓고 있다. 이 작은 차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화면에 드리핑
는 감정의 모습에 대해 성찰하고 그 체험을 진솔하게 화폭에 표현해 내는 것 된 선들이 이제 갈대밭이나 군상과 같은 풍경을 연상케 해 주기 때문이다. 갈
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끝없는 표현의 과정을 통해 감정의 이치에 대 대숲의 리듬이거나 군상의 움직임을 표상한 추상의 세계라 할까, 작가가 의도
해 깨달음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수도자의 그 하는 것은 이러한 서사의 메시지가 아닌 선과 색 그리고 컬러와 뿌려진 선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로서 그의 방법은 감정의 느낌과 체 리듬을 통한 감정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장소영의 작품에서 정제되고 신중
화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나아가 그 감정의 상태를 작품으로 표상하 하며 세심하게 계산된 심상이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작가의 표현의지에서 연
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초월과 명상의 태도를 견지하는 수도자와 유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각각의 작품들은 그것이 제작될 당시에 작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가 지닌 내면의 상태를 반영한다.
장소영이 취하는 작품의 형식은 매우 간결하다. 단일색의 바탕에 단색조의 안 결국 장소영의 작품은 일상적 삶을 살면서 겪게 되는 감정을 표상한 것으로
료와 드리핑 기법으로 선의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백색 혹은 회갈색의 바탕은 순간이 화석화되어 나타난 산물이다. 이러한 작품들이 하나 둘 모이고 전시
돌가루를 사용해 물성이 강조되어 있다. 캔버스 위에 흩뿌려 자리 잡은 선들은 를 통해 작가 스스로가 얻게 되는 것은 감정이 일어나고 스러지는 과정에 대
자유분방하지만 일정한 심리적 패턴을 연출해 낸다. 지난 두 번째 개인전에서 한 성찰이자 그 과정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이른
선보였던 작품들이 화면 전체를 선묘로 채워 전면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 바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면 작가가 추구하는 바 심안여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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