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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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투영(천상의 노래)XVI,72.7x91.0cm,oil on canvas, 2021   투영(주님의 눈물- 베데스다)XIII, 91.0 x 91.0cm, oil on canvas, 2018





                                         정해숙은 사물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사물의 형태와 종류가 어떤지 구별하는 것은 그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부적 경험을 통하여 그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치유 - 베데스다>는 38년간 중풍병을 앓은 병자가 베데스다 연못에서 예수님으    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다. ‘베데스다’ 작품에서는 우리 시대에 아프고 병든 사람
            로부터 고침을 받은 것을 테마로 하고 있다. 그림은 크게 상단과 하단으로 구별되    들을 위한 소망을, ‘카이로스’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일상으로
            는데 하단의 네모꼴 안의 동그라미는 그곳이 베데스다 못임을 나타내고 로마자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우크라이나’ 작품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ⅩⅩⅩⅧ’ 은 병자가 중풍병을 앓은 기간을 표시한다. 반면 상단에는 장막 사이로   우크라이나 땅에 속히 종전과 평화가 오기를 소망하고 있다. 물론 창조의 아름다
            찬란한 빛이 비추는 사이 몇 마리의 새가 활기차게 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서   움을 펼쳐내는 작품에서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망가진 생태계를 치유하자는 그
            빛은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새의 이미지는 위로의 성령을 각각 표상한다.     의  ‘생명 돌봄’ 사상이 깔려 있다.

            <투명-생명나무>는 창세기와 요한계시록에 각각 등장하는 ‘생명나무’를 모티브      어떤 테마이든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자 공감
            로 큼직한 나무 한그루를 중심으로 주위의 여러 이미지들이 우리의 눈길을 잡아끈     이다. 이 공감의 출처를 작가는 성경의 신구약과 찬송가 등에서 착안하여 오늘
            다. 말하자면 작가는 화면에 여러 상징적인 이미지를 접목시켜 중층적인 이야기를     날 고난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향해 비추고 있는 셈이다. 데이비드 브룩스(David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테면 나무에 달린 열매는 성령의 열매이며, 나무기둥     Brooks)의 말처럼 세상의 선을 자라나게 하는 일은 어느 정도 역사에 남지 않는 보
            은 천국에 이르는 야곱의 사다리, 화면 하단은 철을 따라 열매를 맺게 하는 시냇물   편적 행위들에 달려 있다. 우리가 이만큼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의 절반은 정해숙처
            (시편 1:3)과 비옥한 땅을 나타낸다.                          럼 드러나지 않는 삶을 충실하게 살아낸 사람의 덕분인지 모른다.

            “고운 화면을 표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애쓰던 나는 몇 년전부터 화면의 부분들에    정해숙을 가깝게 지켜보아온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선량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
            두터운 물감층으로 예수님의 사랑과 십자가의 고난을 표현하고자 페인팅 나이프       녔는지 알 것이다.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그런 일이 반복되면 그것은 그 사람의 본
            로 긁고 다시 칠하는 것을 시도하게 되었다. 하늘을 나타내는 하늘빛에도 나이프     질이 되고 만다. 그가 행한 것에 그 사람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생활의 측
            로 흔적을 표현하였고 제일 아래 부분에도 두터운 페인팅 나이프로 물감을 덧입혀     면에서 작품활동을 통해서나 세상을 좀더 낫게 만드는 일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는
            예수님의 사랑과 고난의 흔적을 표현하였다.”(작가 노트 중에서)             것같다. 그같은 성품은 작품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리
                                                            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그의 예술세계는 사람들에게도 느리지
            함께 하는 삶                                         만 꾸준히 영향을 주어 감상자들의 경험의 폭을 넓히게 할 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
            그의 근래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종교의 틀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하는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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