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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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象, 41x19x16cm, 자연석                               미소20x15x13cm 자연석










            시계의 바늘과 문자판이 표정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고영환은 주로 자연석 소      재의 자연 상태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확실히 한다. 윤곽만으로도 표정을
            재를 통해서 표정을 연출한다. 그의 눈에 띈 자연석들은 그 안에 돌하르방이나 토    드러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에게는 존재의 비본질적 요소만 거둬내
            우, 아니면 부처나 예수의 얼굴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냇가에, 산야에 평범하게 흩  면 그만인 것이다.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이랄 수 있는 투박한 질
            어져 있는 돌들에서 느릿하게 걸어오는 예수와 부처를 영접했을 것이고, 제주 돌     감은 거기에 연유한다.
            하르방과 신라 토우의 미소를 맞이했을 것이다. 때로는 어린 예수를 안고 있는 성    이번에 선보이는 디지털 작업도 세부를 흐려서 윤곽을 얻는 방법론의 연장선 위에
            모마리아의 다소곳한 모성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 발견과 마주침이 시적 영감의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부를 흐리는 것도 어쩌면 덧셈의 방식이 아니라 뺄셈의 방식
            순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번 전시작들에서 내가 따뜻함과 평온함과 여유를      일 수 있다. 작가는 사진에서 디테일을 빼내고 뭉개면서, 소재에서 불필요한 것을
            읽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제거하는 미켈란젤로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영상 출력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
            얼굴을 깎아 내는 오늘의 성형외과 의사와 고영환은 자신이 기대하는 상을 이루려     전한다. 목재와 석재로 고전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 이 실험은 아직 창조적 열
            는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추구하는 미적 이상은 다르다. 성형외과 의   정이 식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사는 ‘예쁨’을 연출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속성까지 연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영
            환이 추구하는, 혹은 보여주고 싶어하는 미적 이상은 인간의 자연성이다. 그러다     누군가의 얼굴을 보는 행위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특별한 사고과정을 거치지
            보니 고영환의 작품에서 인간의 정념이나 욕망, 감각이나 레토릭은 찾아보기 어렵     않고 얼굴이 그냥 무의식 속에 본능적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다. 뇌 과학자들은
            다. 인간의 자연성을 구성하는 데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소거함으로써 존재의     이것을 우뇌의 현상으로 설명한다. 종이에 언어로 얼굴을 묘사하는 좌뇌의 행위
            순수한 본질만이 남게 된다.                                 가 얼굴을 직관하는 우뇌의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굴에 대한 “생
            고영환 조각의 방법론은 도구(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평면    각과 느낌을 설명하면 스스로 그 본능과 분리된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이 있
            회화가 더하기라면 조각은 빼기다. 칠하고 덧입히는 기술이 아니라 깎아내고 덜      기도 하다. 그래서 이 짧은 에세이를 읽는 것보다 작가의 작품을 직관하는 편이 낫
            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으로 덜어내고 도드락다듬을 할 때조차도 가급적 소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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