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4년 07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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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 -mail :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NUDE-9  90.9×72.7cm  oil on canvas


              추경희의 작품관련 담론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림을 처음 시작하던 1970     신체를 ‘특정한 위치에 둔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 ‘포네레’(pōnere)에서 유래
            년대 후반에는 코스춤의 인물을 그렸고 1980년대에는 풍경과 정물을 그리다       해서 명사 ‘포시투라’(positūra)로, 그리고 마침내 영어의 ‘몸짓’(posture)으로
            가 1990년대 후반에야 누드모델을 만나 본격 작업을 하게 되었다. 새삼 30여    굳어졌다. 추경희는 이처럼 몸짓을 다루면서 인체가 일구는 다양한, 아니 거
            년의 세월을 거슬러 인체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눈부신 저 인체의 도화경(桃      의 무한에 가까운 ‘포지투라’의 변형생성(變形生成)을 추적하 듯이 그린다. 그
            花境)은 그릴 때마다 늘 새로운 느낌이다.”                        러기에 그녀의 누드화는 크로키(croquis)와 데셍(dessein)에 가깝다. 그것은
              이를 위해 울산에서 한달에 두 번, 그리고 울산에서 원주로 한달에 두 번      몸짓의 세세한 부분을 모두 그리는 게 아니라 몸짓이 ‘드러내는’(se dessiner)
            씩 왕래하면서 누드 작업을 한다. 모델은 서울과 대구에서 오는 날에 맞추어       프레임을 직파(直播, directly depict)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뜻에서 추경희
            서 한다. 이렇게 해서 그녀가 추구하는 누드화는 “넉넉한 입체적 붓터치와 노      의 누드화는 그녀의 언급처럼, 자신의 관찰력과 감동을 지각표상(知覺表象,
            랑과 연녹색, 아니면 청색의 음영과 모델링에 의한 비교적 단순한 거치른 누       perceptive representation)에다 실어내고자 한다.
            드들을 보여준다. 고전풍의 인물화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순간의          이렇게 해서 추경희의 누드화는 직관적 관찰을 빌려 여기에 상응한 개인
            느낌을 큐빅한 함축과 나이브한 표정으로 누드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려 한         적 정한(情恨, sentiment against bitterness)을 배후에서 작동시킨다. 이는
            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결코 고전 누드화에서 보는 섬세한 정감(情感, emotion)이 아니다. 그 정황
              이 때문에 추경희의 누드화는 아담한 ‘인물화’(portrait)라기보다는 여체의   은 그녀가 오랜 세월 후세대의 인성도야를 도모했던 교직자적 인습의 소산
            포즈를 다루는 ‘인체화’(人體畵, women's postural painting)라 할 수 있다. 그  이 아닐까싶다. 이는 결코 어줍다는 게 아니라 복잡다단한 오늘의 현실에서
            건 여체가 갖는 다양한 ‘동태’를 다루는 데 있다. 앉아거나, 섰거나, 무릎을 꿇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무구(無垢)한 감흥이자 순연한 정한의 역할이자 표출이
            었거나, 누웠거나 하는 다양한 동작의 누드를 다룬다. 이 경우 누드의 동태란      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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