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P. 71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Stay in the light, 20×20cm, Acrylic, Pure Gold leaf, 2021
그가 빛의 아름다움을 실증해나가는 방식은 어둠의 존재성을 강화시키는 데 원형의 이미지는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이용된다. 우주, 태양과 달,
서부터 출발한다. 다시 말해 캔버스를 앞에 두고 하얀 공간을 어떤 식의 어둠 완전함, 충만함 등 다양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원은 그의 작업에서는 확산
으로 표현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따라 빛에 대응하는 색채이미지를 탐색 의 이미지로 표현된다. 구심점에서 출발하는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확산
한다. 그러기 위해 캔버스에 어둡고 무거우며 깊은 색채의 층을 만든다. 물감 의 빛은 광명의 현전이다. 금박으로 완전히 채워지는 원의 이미지는 무한한
을 흩뿌리고 다지는 방법을 통해 하얀 공간이 서서히 채워지고 반복되는 행위 빛의 확산을 의미한다. 어두운 곳에서 아주 작은 점을 기점으로 하여 무한공
와 함께 다층구조의 색채공간이 형성된다. 간으로 뻗어나가는 금빛은 광명과 지혜를 상징한다. 총명한 발광체로서의 금
빛이 지닌 영향력을 확산하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빛의 확산을
최근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한 줄기 예리한 금빛 선은 우주공간 어딘가에서 오 상징하는 원형의 이미지를 캔버스의 가장자리로 밀어내는가 하면 마치 말발
는, 또는 무한히 어두운 공간에서 살짝 틈이 벌어져 새어나오는 빛의 이미지 굽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 등 조형적인 변주를 즐기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동일
처럼 보인다. 캔버스 가장자리 부근에 가로로 또는 세로의 금빛 한 줄기를 배 한 이미지일지라도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조형적인 긴장감과 공간해석을 가
치한 작품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어두운 공간에 비해 현저히 작은 빛의 이미 능케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호박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품들은 대체로
지는 아득히 멀어 보인다. 대신에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은 크게 확장되고 소품에 국한하고 있는데, 금빛으로 인해 관념적인 해석을 불러들인다. 호박은
있다. 따라서 빛의 이미지에 대응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서의 어두운 공간은 관용과 포용 그리고 풍요를 상징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상징성을 조
확장된 사유의 장이 된다. 아득한 곳에서 비치는 한 줄기 빛의 존재로 인해 의 형적인 가치로 받아들인다. 금빛 호박은 현실적인 이미지가 소거된 채 상징적
미를 얻는 어두운 공간은 사유가 거처하는 곳이 된다. 그런가 하면 마치 물너 인 이미지만 남겨진다. 금빛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운 기운을 통해 좀 더 풍
울처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듯싶은 여러 개의 선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작 요로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이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것일까.
품도 있다. 여유롭고 느긋해 보이는 긴 파장 여러 개가 겹쳐지는 구성으로써
우주에서 오는 신호일수도 또는 생명의 파장일 수도 있다. 금빛 물결을 상징 그는 순수하고 순정하며 영속적인 무결점의 금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상징
하는 듯싶은 유려한 선의 움직임이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흰 바탕 위에 자리 을 통해 초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구체적인 형태나 추상적인 이미지를 통
한 암청색의 원형의 이미지 안에서 원을 그리는 두 개의 금빛 선은 순환의 고 해 명징한 금빛의 존재성을 부각시키면서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눈에 보이는
리와 같은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된다. 시각적인 이미지 너머에 존재하는 신비스러운 기운을 불러들여 세상을 맑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꾸미려는 것이다.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