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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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꽃마리, 61x61cm, Mix media on canvas
별화된 것을 볼 수 있다. 法)을 활용하여 꽃술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마치 광배나 보관에 새겨넣은 화
불(化佛)을 연상시킨다. 얼핏 보면 무질서한 듯하지만 어떤 패턴의 느낌을 주
작품마다 꽃이 넘쳐난다. 꽃은 줄기나 잎은 보이지 않고 활짝 핀 꽃부리이다. 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은 매우 섬세하고 또 정성이 담겨있는 고된 작업의 과
그리고 꽃들은 한 송이가 아니라 무리를 지어 춤을 추는 듯하다. 꽃들의 떼춤〔 정을 거친 것이다.
群舞〕이다. 마치 우리의 강강술래를 보는 듯하다. 손에 손잡고 발을 구르며 원
을 그리며 춤과 노래가 이어지는 원무(圓舞)의 흥겨움이 넘쳐난다. 그 꽃춤은 꽃을 소재로 삼았음에도 자연의 꽃을 그렸다가 보다는 꽃과의 만남에서 받은
한낮의 빛나는 태양, 달무리 진 보름달, 우주 공간에서 본 ‘푸른별’인 지구, 또 인상이나 작가의 감정을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만개한 꽃에서
는 오색구름이 푸른 하늘에 피어나듯, 물 맑은 쪽빛 물결에 떠가는 것처럼 끝 느껴지는 생동감, 촉촉한 생기와 타는 것 같은 에너지는 그것과 마주하는 순
없이 형태를 바뀐다. 꽃의 변신은 불·보살의 도상에서 광배로도 등장한다. 불 간의 시간을 멈추게 만들었고, 꽃처럼 나도 더 피어나고 싶다는 동경심과 의
신(佛身)을 감싸는 빛의 상징인 광배(光背), 여기서 꽃은 빛이다. 생명이다. 꽃 지를 주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은 ‘인다라망(因陀羅網)’의 보배 구슬이 되어 온 누리를 덮고 있다. 뭇삶〔衆生〕 또한 작품의 곳곳에서 은연 중 드러나는 불교와의 숙연(宿緣)은 이제 더욱 깊
은 우주적 공동 생명체임을 상징한다. 어진 믿음과 신앙의 깊이를 통해 조형적 언어로서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의지
도 엿보인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미 첫걸음을 내디디었으니 이제 용맹정진
춤추는 꽃잎은 원의 중심으로부터 동심원을 이루며 퍼져나가고 있는데, 크고 할 뿐이다. 씨앗을 꽃밭에 뿌렸으니 앞으로 잘 가꾸어 아름다운 꽃을 활짝 꽃
작은 꽃잎 가운데 어떤 것은 갖가지 빛살이 겹치고 겹쳐 마치 투명한 빛 무더 피우기를 기다려야 봐야겠다.
기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또한 허공을 떠도는〔浮游〕 꽃잎 가운데 유난히 무지
갯빛으로 반짝이는 곳을 살펴보면 전복 껍데기를 오려 붙인 것이다. 이른바 ‘ “예술가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속하여 있는 시대의 성격
나전(螺鈿)’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꽃잎을 자세히 보면 그 중심 즉 꽃 과 가치에 형식을 부여해주고, 반대로 그 시대는 예술가를 형성하여 준다.”
술〔花蕊〕 부분에 역시 전복 껍데기를 오려 불 · 보살의 형상을 만들어 붙인 꽃 -〈아니엘라 야페,'美術에 있어서의 상징성(Symbolism in the Visual Arts)'〉
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채색으로 그린 꽃잎들 가운데도 단청의 고분법(高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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