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P. 77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한명일, 우포의 가을




            선 이미지 율동 속에는 춤 생명선이 꿈틀댄다. 아니 '피어난다'고 해야 마땅하     섬세하고 세심한 작업을 고집한다. 또한, 작가의 작품은 사실적이면서 서정적
            다. 초서체(草書體)를 보듯 전통춤의 미와 흥이 있고, 신명스러운 기운이 서려     이다. 많은 것을 덜어낸 그의 그림은 한 편의 시처럼 명상에 가까운 시어 같은
            있다. 이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한국인의 정적인 여운까지 품고 있는 에너      맑은 기운으로 감상자들의 마음을 정화한다. 그의 전시를 보고 나면 한 권의
            지다. 이러한 작업들은 전통춤을 통해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1994      시집을 읽은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아직 순수한 열정을 지닌 스무 살 청년의
            년 풀빛여행展을 시작으로 비천몽展에서는 내재된 한(恨)을 신명으로 풀어         말간 얼굴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 이는 아직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작가의
            내었으며, 아리랑판타지展에서는 우리 민족의 굳샘과 역동성을 묘파한다. 이        심상이 작품에 투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어 발표한 처용나르샤展은 처용의 호방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호국정신의 기
            상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그의 The Korean Odyssey 프로젝  한명일은 본인의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다. 유명 화가가 되겠다는 욕심도
            트 일환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 전통춤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담        없다. 그가 생각하는 작품의 역할은 그림이 걸려있는 공간에 어울리고 그것을
            아내고 있다.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그림이 되는 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공간을
                                                            살리는 일상의 소품으로, 그의 작품이 부담 없이 쓰이는 것이 바람이라고 했
            단순함의 완벽함 ‘바다 섬, 호수 산’                           다. 이는 그가 그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하는
            한명일의 작품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생텍쥐페리의 ‘단순함의 완벽함이란         것을 많은 사람과 편하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에
            더 이상 보탤 게 남아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게 없을 때 완성 된다’   자기 삶의 방식을 부여하고, 삶에 예술의 따뜻함을 제공함으로써 예술과 삶의
            는 말처럼 한명일은 최고의 한 장면을 위해 점 하나 선 하나를 덜고 덜어내는      행복한 만남을 주선하는 한명일 작가의 소망이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유이다.


                                                                                                       75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