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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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Il mio mondo(나의 세상), 145x125cm
가난은 가까워 늘 배고팠고 희망은 멀리 있어 늘 우울했던 곳! 문이 열린 것은 8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였다.
호기심 많은 안토니오가 사랑보다 먼저 배운 것은 공포였고, 감성적이었던 그
가 행복보다 먼저 접한 것은 거리의 고통이었다. 5살이 되면서 이런 열악한 환 안토니오가 13살이 되었을 때, 파리에서 열렸던 첫 개인 전시회는 매우 성공
경을 벗어나 보육원에 입소하게 된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보육원의 강제된 카 적이었다. 지역의 인사와 예술가들은 호평과 함께 천재적 작가의 탄생을 축하
톨릭 교육에 의한 부적응,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잊혀질 지 하였고, 그는 이제 가족들과 함께 살아도 되었다. 안토니오는 이 사실 하나만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실어증을 겪게 된다. 그는 찾아오지 않는 가족을 손꼽아 으로도 행복했다. 부질없는 분노와 애증은 잊었고 오직 소중한 가족을 지켜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림을 그려가며 그 지루함을 지우곤 했 한다는 일념으로 어린 화가는 스스로 가장이 되어갔다.
다. 그의 그림 속의 집은 가족에 대한 기억의 부스러기였다. 날마다 이 조각들
을 짜 맞추며 한 조각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왜 평생 손끝에서 붓을 놓을 수 없었을까. 그것은 늘 숙명으로 받아들여
야 했던 기다림을 포기하는 행위이고, 이는 곧 존재의 상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때로, 극한의 갈망은 깊은 기도가 되어 기적으로 돌아오곤 한다. 안토니오 때문일 것이다. 그의 붓끝에는 원망을 호화해낼 용기가 있다. 그 붓의 선을 따
에게 주어진 천재적 재능 앞에 희망의 문이 나타났고 절박함으로 두드리던 그 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평온의 미소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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