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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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to Fly, 53x41cm, oil on linen, 2019   Learning to Fly, 60.5x91cm, oil on linen, 2019


            을 인지 못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스며드는 작가의 그 어떤 메시지가 존재하       게 고독한 정서를 지닌다. 하지만 확연하게 드러낸 의도적인 고독함은 아니
            고 있다.                                           다. 마치 누구에게나 갖고 있을 우리의 삶 속에 고독함, 그것을 표현하고 있
            인간은 누구나 고독함과 권태로움 그리고 그 틈 사이에 스며드는 먹먹함과 조       는 건인지도 모르겠다.
            응한다. 일상의 조응 속에 물질로도 채워지지 않는 틈 사이로 박지만 작가만       앙상한 의자, 가벼운 깃털, 풍선 등은 인간의 삶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각자의
            의 기호이자 내밀한 몽상들이 스며든다. 잠시 멈춰서 현실을 내려놓은 채 현       고독을 조응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박지만 작가의 작품을 낯설지만 좋아하는
            실의 잔망스러운 가벼움에 관한 침묵과 함께 작품에 관한 깊은 몽상의 참여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자기의 작품
            를 요구하는 것이다.                                     을 통해 드러낸 고독함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
            박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기호들 - 한 조각의 산, 혹은 바다, 날카로운     를 던져주는 울림을 준다는 것이다.
            라인, 의자, 풍선, 구름 등은 일반적 현실 기호의 의미와는 다른 박지만 작가       작품에서 그려진 물질들은 말 그대로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시각적으로는
            현실 속의 또 다른 기호이며 창조물이다. 이것이 박지만 작가의 잠재된 내면       존재로서 가볍거나 금세 터지거나 부서질 것 같은 나약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의 힘이다.                                          작가와 끊임없이 투쟁하고 對自한 불완전한 존재들은 결코 가볍지 않고 오히
                                                            려 무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만의 기호로 완성되어 간다. 그
             박지만 작가는 작가와 작가 자신 그리고 작가와 작품의 투영이 아닌 對自적       가 보여준 가벼움의 반전은 우리 삶의 고독에 의미를 넘어선 치유, 정화, 위안
            입장으로 작품과 조응한다. 이것은 완성이 아닌 정립하는 의식이며 또한 삶을       의 초월성을 보여준다.
            향한 철저한 투쟁이다. 이러한 의식 속에 작가는 자기 관계적 존재를 성립시키
            고 비로소 작가만이 느낄 수 있는 無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박지만 작가는 항상 그림과 마주하며 자신과 조응한다. 그리고 닦아내고 채
                                                            우기를 반복한다. 행위의 모습은 고요하나 작가 자신의 모습은 치열하고도 강
             박지만 작가에게 닦아내기란 중요한 행위이자 의식이다. 보통 작가가 예술의       한 울림을 갖는다.
            작품을 행할 때, 더한다는 개념이 있다면 그에게는 칠하고 닦아내는 행위의 반      그에 있어 이미지의 가치획득은 합리적이고 객관적 개념을 떠난 이미지와의
            복이 존재한다. 이것은 일방적인 작가의 강요적 행위로 그려지는 그림이 아니       직접 대화를 통해서 얻어내는 과정이다. 작가는 스스로 몽상의 자유를 얻으며
            라 작품에 또 다른 자신을 부여하고 끝없는 되묻기를 실현하는 예술의 탄생이       비로소 새로운 이미지의 변형과 자신만의 기호생성을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
            다. 그 속에는 많은 투쟁이 있다. 그 투쟁 들은 불완전한 것들이며 작품으로 탄    다. 박지만 작가가 작품의 탄생까지 자신의 의지 중심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생하기까지 무수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들로 작가의 몽상 속에서 유영        완주하는 의지가 그러한 것이다. 의지에 따라 선택된 색이나 시각성은 모방한
            한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박지만 작가가 말하는 불완전한 기억이며 그리고       색과는 다른 박지만 작가만의 기호로서의 작품을 탄생시킬 것이다. 인간은 어
            그 불완전한 기억을 고요하게 진화 시켜 나가는 원동력일 것이다.             쩌면 작가가 바라본 불완전한 기억에 의해 지나간 현재를 바라보며 도래 할 현
                                                            재를 몽상하는 현재성를 체험하는지도 모르겠다. 박지만 작가가 생성하게 될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닦아냄과 그리기를 반복한 사물들은 어딘가 모르        수많은 기호가 또 다른 내면의 힘으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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