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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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무너진 놀이터 60×60cm acrylic on canvas, 2019 무너진 놀이터 60×60cm acrylic on canvas, 2019
2019. 8. 28 – 9. 9 갤러리마롱(T.02-720-4540, 북촌로)
2019. 9. 24 – 10. 8 갤러리호자(T.061-285-0026, 목포)
무너진 놀이터
윤상하 개인전 아이는 마주 선 이를 똑바로 응시한다. 그들은 어린아이를 통해 상실의 경험
과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아이의 눈을 쉽게 피하기는 어
려울 것이다. 아이의 눈빛이 각자의 세상이 소멸할 때 쉽게 무너지던 우리의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글 : 윤상하 작가노트
우리는 앞으로도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어 쌓고 무너뜨리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상실과 좌절의 감정을 작품 속의 어린아이가 대변해주고 해소해주길
놀이터를 떠나야 할 때가 온다. 해가 떨어지면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믿는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놀이터가 언젠간 완성될 것이라 기대하고
온다. 우리는 모래성도 쌓고, 역할놀이를 하며 판타지 속 영웅이 되기도, 한 나 있기 때문이다. 2019, 8 <작가노트>
라의 왕이나 비밀 아지트의 주인이 되어보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집으로 돌아
갈 때는 ‘내 세상’이 무너진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내가 원하던 모습으로 존재 The Collapsed Playground
하던 세계를 떠나며 느끼는 불안함과 상실감,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헛 The time to leave the playground is coming. When the sun falls, the time
된 희망은 푸른색이 되어 어린아이에게 담긴다. to go back home comes. We build sand castles, become fantasy he-
ros through role-playing games, or become the king of a nation or the
놀이터가 무너지는 순간은 또 다른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 owner of a secret hideout. When going back home from the playground,
타난다. 간절히 원하던 대학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꿈에 그리던 이성으로. 소 ‘my world’ collapses. The anxiety and sense of loss of leaving the world
망하는 것들을 이뤄내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놀이터를 붕괴한다. 성인이 되 where you exist freely and safely as you desire, and the vain hope of being
어 느끼는 붕괴에 대한 상실감은 분노로 불타오르는 붉은색이 되어 등장한다. able to return to it becomes a blue color and is filled in the child.
영원불변한 ‘놀이터’는 존재하지 않음을 인지한 순간 어린아이는 놀이터와 함
께 불타올라 소진되고 만다. The moment of the playground collapsing comes to us in another 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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